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3월 29일] 위험스런 미국의 재정적자

글로벌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조금 과하게 달아오르던 글로벌 주식시장이 어느 날 갑자기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의 외채 위기로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국가 재정상태는 세계 어느 나라든 안전한 곳이 별로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나쁘다. 중앙 정부들만 문제가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주처럼 지방 정부 역시 파산위험이 먼 얘기가 아니다. 개인이건 나라건 분수에 맞지 않게 돈을 쓰다 보면 끝은 파산과 멸망뿐이라는 교훈을 우리는 주위나 역사 교과서에서 많이 본다. 그러나 이런 위험은 자기 자신과 자기 나라의 경우 항상 너무 늦어 손 쓰기 어렵도록 상황이 악화되기 전까지는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런데 같은 정부 빚이라도 망하게 만들 위험이 있는 것과 조금 덜 위험한 것이 있다. 그리고 정부 빚이라고 전부 같은 게 아니라 빚을 어디에 썼느냐, 정부가 쓰는 지출이 얼마냐에 따라 국가 부채 액수가 문제 될 수도, 반대로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정부의 빚을 국내총생산(GDP)에 견주어보면 비율이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주로 사는 곳은 일본 내부의 자본시장이다. 자국 안에서 빌린 것이기 때문에 국가 디폴트(파산)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부채는 일본과 사정이 다르다. 미 국채 상당액을 중국ㆍ일본, 중동 산유국 등 외국인이 사주고 있다. 과거 레이건 행정부가 개인ㆍ기업 소득세를 25%나 낮추고 국방비를 크게 증액하자 민주당은 나라 경제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난리를 쳤다. 그때의 재정적자가 연평균 2,000억달러였다. 부시 행정부의 아둔함으로 재정적자가 8,000억달러에 이르자 민주당은 "미 역사상 재정적으로 가장 무책임한 정권"이라고 비판했지만 정권을 잡자 1년 새 적자를 1조4,000억달러로 늘렸다. 레이건 행정부의 국방비 지출은 민주당 쪽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소련이 망하면서 평화라는 배당금을 가져온 좋은 투자였다. 아울러 레이건 정부의 감세정책은 지난 1970년대 카터 행정부가 남겨놓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옥죄인 경제를 그 후 25년간 계속된 호황으로 바꿔놓은 좋은 투자였다. 지난 1년간 오바마 행정부는 1조달러 이상 정부지출을 늘려놓았다. 물론 정부가 빚을 늘려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의 빚이 무엇에 쓰였는가가 문제다.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적자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맞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금융위기 해결에 쓴 공적자금(TARP)을 빼고는 거의 모든 지출이 정치이념에 바탕을 둔 것으로 미래의 영구적 고용창출 목적이 아닌 공공 지출에 낭비됐다. 지금은 경기부양 자금을 받아서 좋지만 장기적으로 줄이기 힘든 교부금 확대에 투입된 자금이 많다. 미래의 경제성장을 북돋울 수 있는 좋은 지출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로 이자 갚기가 버거울 지경이다. 오는 2019년까지 빚에 대한 이자 지급에만 7,700억달러가 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문제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오바마 행정부의 2011회계연도 예산에 대해 "경제가 지금 예상보다 훨씬 더 활발하게 회복되지 않거나 재정적자 해소의 구체적 대책이 없으면 앞으로 10년 안에 미 정부의 최고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렇게 되면 그 다음은 추가 차입에 대한 이자율이 많이 올라가는 등 생각하기조차 무서운 결과가 온다. 오바마 건강보험 개혁안이 우여곡절 끝에 법제화됐다. 미국 재정에 새로운 부담이 생겼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10년 뒤에는 재정 적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재정 적자가 과연 감소할 것인지는 논란이 분분하다. 산정 방식에 따라 적자가 더 늘고 눈에 보이지 않은 적자 요인도 많다는 분석이 있다. 앞으로의 경제위기는 민간발 위기가 아니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들의 부채가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 부채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누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도 어렵다. 미국은 더더욱 그렇다. 개인은 물론 지자체ㆍ국가가 빚 걱정을 진지하게 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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