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몫챙기기 '봇물' 회복경기 '발목'

■ 민원만 있고 민생은 없다'국유재산법 개정'등 지역이기 청원案 줄줄이 상정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의 힘이 떨어지고 오는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이어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서로 자기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어렵사리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경제가 정치일정에 발목이 잡혀 다시 힘겨운 상황에 빠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청원의 백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청원이나 법률안 중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 많다. 국유재산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대표적이다. 국유지를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변상금을 면제해주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가 무단점유자에게 국유지를 매각할 경우에는 무단점유 또는 사용에 따른 변상금을 징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정말 얼토당토않은 내용이다. 경기ㆍ충청ㆍ동화ㆍ대동ㆍ동남 등 5개 은행의 퇴출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주주와 직원들을 보상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자는 청원입법안도 재경위에 올라와 있다. 이밖에 산업용으로 쓰이는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해서는 특별소비세를 면제하고 연안화물선과 노인정에 면세유를 공급하자는 법률안도 상정돼 있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세입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청원과 법률개정안이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원과 이를 근거로 한 법률개정안 중에는 지역구 주민의 편의만을 위한 것이나 형평성이나 법률체계에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 현안은 뒷전 대표적으로 예보채 차환발행건을 들 수 있다. 올해 말 만기인 4조5,000억원의 예보채 차환발행 동의안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7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 등을 상대로 통사정을 했으나 정치권은 여전히 '남의 일'이라는 식이다. 여야가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시장에서는 예보채 값이 자꾸 떨어지고(금리 승) 있다. 예보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84조원어치가 풀린 예보채금리가 계속 상승할 경우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다. 또 금융기관 구조조정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대부법(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도 벌써 석달 동안이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원래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미 물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이자제한법이 유야무야될 듯싶자 사채업자들은 최근 대출금리를 슬그머니 올리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고 있다. 올 상반기가 목표였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도 허송세월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된 철도 민영화를 위한 '철도산업구조개혁법'도 4개월 만에 겨우 건설교통위원회에 올려졌으나 먼지만 쌓여 있다. ▲ 회복경제에 걸림돌 우려 문제는 이 같은 여야간 정쟁과 지역구 의원들의 제 몫 챙기기가 정부의 재정운용에 차질을 줄 수 있는데다 더 나아가서는 각종 개혁조치들이 정권 말기의 공백과 겹쳐 흐지부지돼 어렵사리 살려놓은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는 이달 6일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만 해놓고 의사일정은 단 하루도 못 잡은 상황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정치권이 자신들의 실익 챙기기에만 매달린 채 예보채 차환발행 동의안 등 경제현안 처리를 미룰 경우 어렵게 쌓아올린 금융조정의 탑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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