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2부(이강원 부장판사)는 삼성증권과 SK증권 등 4개 증권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25일 밝혔다.
공정위는 삼성증권 등 15개 증권사가 2004년부터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국민주택채권 등 4가지 종류의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해 약 4,00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챙겼다는 이유로 2012년 12월 총 19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증권사들은 국민들의 채권매입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국토해양부의 행정지도 등을 따르기 위해 채권 금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 같은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메신저 대화에 참여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다른 증권사들과 합의한 금리 가격을 참고하지 않았으며 실제 동일한 수익률을 써낸 적도 없기에 담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부의 행정지도 내용은 각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에 신고수익률을 제출할 때 그 격차를 다소 축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쳤고 증권사들이 '공동으로' 합의를 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다"며 "독자적으로 신고수익률을 제출할 수 있었는데도 공동행위를 일삼아 채권 시장의 경쟁을 감소시켜 공정가격 형성 효과를 저해시킨 것은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정보는 공유했지만 가격 합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삼성증권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가 제출한 신고 수익률은 다른 증권사들이 합의한 수익률을 토대로 결정된 수치로 보이므로 독자적으로 결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기각했다.
한편 증권사들의 메신저 정보 공유 행위가 담합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금융사들의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와 관련한 담합 조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새삼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