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용허가제 정착되려면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내년 8월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당장의 인력난에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3D 업종의 인력난을 고려해 10여년 동안 15차례나 강제출국 조치를 유예했던 정부로서도 앓던 이를 뽑은 것처럼 개운할 것이다. 인력난 해소 외에도 중소기업으로서는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는 만큼 관리부담이 줄어들고, 정부로서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고용허가제 실시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는 우선 한계상황에 다다른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이 기업의 수요보다 많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산업연수생제도와는 달리 처음부터 최저임금과 산재보험 및 건강보험 등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중소업계에서는 인건비부담이 30%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생산시설을 중국 등으로 이전하려는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1사업장 1제도` 원칙을 지킨다 하더라도 사업주가 노동3권을 갖는 근로자보다 산업연수생을 선호할 경우 인력배분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에 도입될 외국인력을 대략 30만~4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고용허가제 대상 인력에 대한 수요가 적고 공급만 많다면 중소기업의 인력수급 불균형만 가중될 것이다. 불법체류자 문제도 현재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독일이 400만명 가량의 터키 불법체류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소기업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고용허가제로 외국인 근로자에게 단체행동권 등이 주어짐에 따라 노사분규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산업연수생 제도 아래서도 갖가지 노사분규성 집회가 심심치 않게 있었다. 가뜩이나 경영여건이 열악한 중소업체에 외국인 노동시장 마저 경직화돼 산업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고용허가제가 통과를 중소기업에 대한 사망선고로 여기고 있다.정부는 이 같은 업계의 걱정을 헤아려야 한다. 산업연수생 제도를 병행 실시하는 것도 충격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여겨지나 그것으로 미흡하다. 정부는 고용허가제의 조기정착을 위해 다양한 후속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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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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