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美 필리 조선소






미국 북동부 도시 필라델피아는 미 해군의 발상지다. 1776년 필라델피아에 모여 독립을 선언한 미국 13개 주의 대표들은 해상 방위를 위해 이곳에서 함선 건조를 시작했다. 1860년대 들어 제대로 된 조선소가 필요해지자 필라델피아시는 373만 ㎡의 리그 섬을 31만 달러에 사들여 해군에 단돈 1달러에 넘겼다. 이곳에 들어선 필라델피아조선소는 미 해군의 첫 조선소로 제2차 세계대전 시절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당시 엔지니어 등 근무 인력만 해도 4만 명이 넘었고 53척의 함정이 건조됐으며 1218척의 배가 수리됐다. 미 전역의 조선소에서 2차 대전 기간 군함과 상선을 합쳐 연간 1000척 가까이 건조됐고 이는 미국의 막강한 해상 장악력의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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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조선업에 대한 보조금을 대폭 축소했다. 시장주의 정책으로 제조업 기반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조선업도 쇠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자국의 해운·조선업 보호를 위해 1920년 도입한 ‘존스법’이 큰 문제였다.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만 미국 내 항구에서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이 법은 되레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조선소들의 경영난은 심화됐다. 필라델피아 조선소도 직격탄을 맞고 1995년 폐쇄됐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회사인 아커가 1997년 이곳에 ‘필리조선소’를 다시 열었지만 도크는 비어갔고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결국 올해 매물로 나온 필리조선소를 한화오션이 미국 진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1억 달러에 사들였다.

필리조선소의 부침은 단순히 미국 조선업 업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막강한 조선 능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한 위기 의식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조선업 협력 방안을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조선 강국인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해군력 강화 등을 꿈꾸고 있다. 조선업을 우리 국익을 극대화하는 지렛대로 삼을 수 있도록 치밀하게 대처해야 할 때다.

이혜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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