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량생산·대공황·2차대전이 미국을 바꿨다

'빅 체인지' 프레드릭 루이스 알렌 지음, 앨피 펴냄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발전은 유례없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미국의 변화 역시 역동적이었다. 1900년 미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현재와는 놀라울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포장된 도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교통 수단은 대부분 마차였다. 당시 미국 전역에 등록된 자동차는 1만 3,284대 뿐이었다고 한다. 여성의 정절 관념은 엄격했고 직업을 갖기도 힘들었다. 당시 통념상 일하는 여성은 아버지가 딸을 부양할 능력이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산업 전반에 걸쳐 ‘임금 철칙’이 철학으로 자리잡았다는 점. 임금철칙은 가장 절박한 처지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최저치의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된다는 의미로 고전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사용한 용어다. 1902년 보스턴의 방적 공장에서 일한 16세 이하 남자 종업원의 3분의 1이 1주일에 6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았다. 그나마도 일자리를 가진 이들은 다행이었다. 190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약 200만 명의 노동자가 1년의 절반 가량을 놀아야만 했다. 산업화 이전에 봉건영주 혹은 대주주가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을 돌봐줬던 전통은 무너졌고, 수입이 없는 노동자들은 굶주림과 추위에 내몰렸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책에서 1900년대 초ㆍ중반 미국의 변화를 이끈 중대한 사건을 담았다. 1954년 타계한 저자의 시점은 집필 시기인 1952년에 멈춰있다. 1960년대의 냉전, 신자유주의 물결, 미국의 패권주의 등 이후의 사건은 담겨 있지 않다. 출간된 지 50년이 넘은 책이지만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월가로 대변되는 미국식 금융 질서의 붕괴가 1930년대 대공황의 풍경과 묘하게 비슷하기 때문이다. 1929년 10월 24일 검은 목요일, 고삐 풀린 자본주의는 한계를 드러냈다. 뉴욕 주가는 대 폭락했고 시장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기업들은 임금 삭감과 대규모 해고로 위기에 대처했고 결과는 끔찍했다. 실업은 판매 감소로 이어졌고 거리에는 부랑자들만 넘쳐 났다. 저자는 대공황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정부의 통제 없이 수익만을 쫓아 움직인 자본의 방종을 지적했다. 당시 증권사업을 겸업했던 은행들은 법으로 금지된 투자를 하거나 그룹 내 계열사끼리 시세를 올려 자산을 되파는 등 무책임하며 위험하게 예금주의 돈을 운용했다. 80년이 지난 현재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의 원인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파산한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와 구제금융으로 한숨 돌린 세계최대보험사 AIG는 모두 고수익을 노리며 위험한 파생 상품에 투자해 무너진 금융업체들이다. 저자는 대공황과 더불어 헨리 포드가 촉진한 대량생산체제, 대공황에 허덕이던 미국에 번영을 불러온 세계2차대전 특수 등을 ‘빅 체인지’의 계기로 꼽았다. 소설, 신문기사 등을 인용한 다양한 사례와 저자의 깊이 있는 분석이 특히 돋보이는 책이다. 시대상을 담은 다양한 흑백 사진들로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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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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