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생콘서트] 부동산 자산의 헤지수단


1990년 초반 영국 경제는 침체 상태였다. 걸프전으로 발생한 고유가와 신용경색ㆍ구조조정 등에 따른 불황으로 당시 경제상황은 '미지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로 암울했다.

당시 부동산 가격은 1980년대 말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영국의 대형 은행인 바클레이즈는 부동산 관련 평가 손실로 고민하고 있었다. 부동산 침체기에는 부동산을 매각하려고 하면 부동산 가격하락을 부추겨 더 큰 손해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보유하고 있으면 손해인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매각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이때 부동산 컨설턴트인 이언 리드가 바클레이즈의 부동산 자산평가 손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당시는 파생상품의 태동기로 여러 가지 새로운 파생상품이 출시되는 시기였다. 리드는 실제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고도 매각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부동산 지수 연계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리드는 이후 바클레이즈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리드가 개발한 부동산 파생상품은 'PIC(Property Index Certificate)'라는 것으로 IPD(영국의 상업용 부동산) 지수에 연계된 구조화 채권이다. PIC에 투자할 경우 IPD 지수가 상승하면 이득이지만 하락하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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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부동산을 매수했을 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이득, 하락하면 손해인 것과 같다. 반대로 PIC를 발행한 측은 IPD 지수가 상승하면 손해, 하락하면 이득을 보는 구조로 이는 부동산을 매각한 것과 같다.

즉 바클레이즈는 PIC를 발행하면 실제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고도 매각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구조를 이용해 바클레이즈는 보유 부동산의 가격하락 상황을 실제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고도 헤지할 수 있었다.

이후 부동산 지수 선도계약이 장내에서 거래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상업용 부동산 지수 연계 파생상품이 개발됐다. 부동산 지수 파생시장은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 ' S&P 케이스-실러' 주택지수에 대한 선물이 상장돼 거래 중이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도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다. 정교하고 신뢰성 있는 부동산 지수를 바탕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가격하락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부동산 파생상품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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