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2월 9일] 한미 FTA 재협상의 得失

우여곡절 끝에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타결됐다. 재협상에서 한국은 자동차를 내주고 돼지고기ㆍ제약을 얻었다. 한국은 특히 미국산 승용차에 환경ㆍ안전기준을 완화해주고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철폐기간을 연장해주는 등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미국은 한국에 차를 쉽게 팔 수 있게 하면서도 자국시장에 대한 보호막은 강화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퍼주기' '굴욕' 협상이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윈윈'이었다고 거들었다. 둘 모두 너무 극단적이다. 말로 주고 되로 받은 것이 사실이고 그렇다고 굴욕협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협상팀은 부인했지만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한반도 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경제도 안보가 튼튼해야 가능하다. 미국에 車 많이 양보했지만… 우리가 미국에 많이 양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퍼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동차부품은 자동차와 달리 관세철폐를 유지함으로써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 완성차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강화되면서 미국ㆍ유럽ㆍ일본 등의 내로라하는 업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국내 1만여 자동차부품업체들에는 희망이다. 의약품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따른 이행의무유예기간이 3년간 연장되고 돼지고기의 관세철폐시한이 2년 늦춰짐에 따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미국차의 한국수출은 쉽게 하는 반면 한국차의 미국수출은 까다롭게 하기는 했지만 이 대목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동안 실적을 볼 때 미국차의 판매가 당분간 크게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미국차의 비중은 지난 2004년 15.4%를 기록한 후 2007년 11.7%, 그리고 올 11월 말 현재는 8.2%로 계속 하락했다. 성능이나 연비ㆍ디자인이 유럽이나 일본차보다 떨어져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5년 후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차의 인기가 좋아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우리로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자동차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관세철폐가 지연돼 빚어질 수 있는 후폭풍이다. 관세철폐를 양보했으면 세이프가드는 어떡하든 막았어야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관세철폐기간이 늦어지면서 세금감면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터에 언제든지 세이프가드 발동가능성이 높아지면 국내 업체들은 굳이 수출하기보다는 현지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미승용차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는 이미 미국 현지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축과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반면 미국 자동차시장의 성장과 고용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이 노린 점도 바로 이것이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 것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전기차가 상용화된 미국과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걸음마 수준이다. 친환경차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미국차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 얻는 것도 많은 남는 장사 우리 경제는 시장을 개방할 때마다 한 단계씩 도약했다. 유통시장을 개방할 때에는 까르푸ㆍ월마트가 국내시장을 다 잠식할 것 같았지만 토종브랜드가 반격해 빼앗긴 시장을 이내 되찾았다. 스크린쿼터를 철폐하자 국산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져 외화의 공습을 막았다. 자본시장 개방은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였다. 개방과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 것이다. 한미 FTA도 겁낼 게 아니다. 걱정스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동안의 FTA 성과가 입증한다. 취약한 산업의 경쟁력을 보강하는 등 충분히 대비한다면 한미 FTA는 우리 경제가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한미 FTA는 길게 보면 남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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