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가 터지길 기다린다」「악재는 오히려 호재다.」최근 기관화장세에 따른 물량확보전(戰)이 심화되면서 투신들이 악재가 터지며 주가가 하락할 때 대규모 매수에 나서는 등 역설적인 매매행태를 보이고 있다. 악재가 발생하면 팔고 호재가 발생하면 매수하는 일반적인 주식거래 양태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지난 6월30일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자동차 빅딜이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전일보다 14.45포인트 하락했지만 투신은 무려 2,03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같은날 외국인은 139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투자가 중 투신을 제외한 은행·보험·증권 역시 많은 물량을 내다팔았다. 결국 투신이 주가하락을 떠받치는 안전판 역할을 한 셈이다.
또한 지난달 29일 재벌계열 투신사 펀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외국인이 969억원을 순매도하고 증권과 보험 역시 781억원, 1,696억원의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투신은 2,51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주가하락폭을 마이너스 5.60포인트로 붙들어맸다.
특히 서해교전이 발생한 지난달 15일에는 주가가 전일보다 18.19포인트 떨어지는 와중에서도 투신이 1,56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악재를 매수호기의 재료로 삼는 투신의 「청개구리 전법」은 미국의 금리불안과 미국 주가하락 가능성이 악재로 작용한 지난달 9일과 미 연준리(FRB) 퍼거슨 이사의 인플레 경고가 있던 11일에도 이어졌다. 투신은 당시 이같은 악재로 주가가 각각 50.14포인트, 7.45포인트 빠졌지만 891억원, 1,29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처럼 악재로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투신이 대규모 매수에 나서는 것은 이때가 핵심우량주 등 원하는 종목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투신은 그동안 쏟아져 들어오는 주식형 수익증권 자금을 소화하기 위해 거의 기계적인 절차에 의해 핵심우량주를 매집해왔다. 핵심우량주 등 기관선호주는 유동성·환금성·수익성이 뒷받침돼 포트폴리오 구성은 물론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도 편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핵심우량주 등 인기주는 기본적으로 투신은 물론 은행·보험·증권 등 여타 기관투자가, 그리고 외국인이 모두 선호하는 종목인데다 유통물량이 생각처럼 많지 않아 투신은 그동안 적지않은 가격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따라서 최근 악재에 의한 주가하락은 투신에 주식매수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는 호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악재에 의한 주가하락을 틈탄 투신의 대기매수는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구영 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