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그룹:18/이집트법인 LGEEG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비전)

◎모래밭에 공장… TV부품메카 “우뚝”/지역기여·고품질 6년 승부… 올순익 96만불 “웃음”/미 수교 당시엔 이집트관리 「트집잡기」등 숱한곤욕이집트수도 카이로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1백40㎞ 정도 달리면 이스마일리아시가 나온다. 이집트의 대표적 휴양지인 이곳에는 무바라크 대통령을 비롯한 정·재계 주요인사들의 별장이 들어서 있으며 최대항구인 알렉산드리아항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거리에 인접해 있다. 시내에서 산업단지로 10분정도 가면 낮익은 간판이 붙어있는 2층건물이 눈에 띈다. LG전자 이집트법인인 LGEEG(LG ELECTRONICS EGYPT S.A.E.)다. 현재 이집트의 경제는 우리나라 70년대초와 비슷한 상태. 10년된 자동차는 새차(?)에 속하고 20년이상된 차량도 상당수 있으며 시내버스에는 매달려가는 사람들을 쉽사리 볼수 있다. 그러나 이집트 국민들은 피라미드 유적을 가진 나라답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세계는 이집트로 통한다」는 생각을 가질만큼 문화적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스마일리아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LG의 종전이름인 「골드스타」상호가 곳곳에 눈에 들어온다. 골드스타는 이곳에서 TV의 대명사로 통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종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게 LGEEG측의 설명이다. 이 나라에서 「골드스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연간 생산규모만도 25만대로 이집트가정내 TV를 가지고 있는 2가구중 1가구꼴로 이회사제품을 가지고 있다. LG전자가 이곳에 진출한 것은 지난 90년 11월. LG전자가 51%, 이집트측이 49% 지분으로 합작해 모두 3백50만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한국인 책임자 5명을 포함 1백33명의 근로자가 일심동체가 돼서 일류제품을 만들기 위해 주야로 땀을 흘리고 있다. 현지인 근로자중 대졸출신의 엔지니어가 30여명에 달하고 있는데 명문대출신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집트 최고명문대학인 카이로공대를 졸업한 입사5년경력의 엔지니어 가멜씨(34)는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다. LG전자의 세계화전략을 보면서 기업경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1년 60만달러에 머물던 매출규모는 지난해에는 1천1백35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9백3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순익만도 92년 15만달러를 올린 것을 비롯해 93년 1백만달러, 95년 2백50만달러, 올해는 96만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미수교국이라는 위험을 무릅쓴 LG전자의 이집트 진출에는 이나라가 지리적으로 중동및 아프리카의 사통팔달의 요지임을 일찌기 간파한 경영진의 혜안이 밑거름이 됐다. 90년 당시 이헌조 금성사사장(현 그룹인화원장)과 구자홍 해외담당부사장(현 LG전자사장)은 이집트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감안할 때 투자를 하면 틀림없이 언젠가 크게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 투자결정을 내렸다. 당시 이집트는 북한과 형제국가로 통할만큼 우방으로 알려져 있어 국제적으로 위험국 낙인이 찍힌 나라였다. 설립초기 수교관계가 없었던 탓에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원자재의 공항통관에서부터 이집트관리들의 고압적인 태도까지 걸림돌이 태산이었다. LGEEG는 그러나 근로자에 대한 최고수준의 대우를 통한 지역사회 기여와 특유의 꼼곰한 품질관리등을 앞세워 이들 난관을 극복하고 오늘의 성장을 이뤄냈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부품은 컬러TV의 핵심부품인 DY(절연코일), 튜너, FBT(고주파발진기) 3개다. DY는 연간 60만개, FBT는 1백30만개, 튜너는 60만개가량 생산하고 있는데 이집트내수에 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유럽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공장의 최종 제품 불량률은 0.1%로 구미공장의 불량률보다 낮은 편이다. 올초에는 현지 외국업체로는 최초로 카이로공과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재학생에게 연간 장학금을 2만5천달러를 지급해 졸업과 함께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임금은 월평균 2백∼2백50달러로 이집트 근로자 평균의 2∼3배수준이다. 물론 복리후생수준이 이집트에 진출해 있는 외국업체들 중에서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연말에는 이집트국내법에 따라 이익의 10%가 근로자에게 배당된다. 보통 근로자 한사람당 1년치 연봉에 맞먹는 성과급배분금이 각자에게 돌아간다. 현지사회에서 LGEEG의 영향력도 대단하다. 지난 6월 수출증진의 날 행사에는 산업성장관, 투자청장, 주지사등 정부고위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하는가 하면 이스마일리아주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손꼽혀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산업시찰코스에 거의 빠지지 않는다. LG는 자신의 성공사례에 고무된 소니·파나소닉등 일본기업들이 최근 다시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60년대 이곳에서 상당한 이익을 챙긴후 이집트는 더이상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80년대이후 대부분 철수한 상태다. 이 회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한국본사에서 도입하는 부품의 비율을 계속 낮춰 가고 있다. 현재 80%수준인 부품도입률을 5년내 30%수준으로 낮추고 중요부품외에는 모두 자급할 계획으로 있다. 아울러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현재 한국의 50%수준인 기술수준을 3∼4년내는 한국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진영 법인장은 『유리한 입지여건을 십분 활용해 앞으로 영국, 알제리, 터키등을 향후 주요공략시장으로 삼아 해외시장을 활발하게 개척해나갈 계획』이라며 『우리법인은 LG전자 세계화의 전초기지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는 우선 지리적으로 중동 아프리카와 유럽, 터키, 러시아등을 연결하는 요충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알렉산드리아항구는 접안시설이 좋아 제품수송면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 유럽연합과 무관세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지중해연안의 유럽국가들에 부품을 수출하는데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LGEEG는 이에따라 오는 2000년까지 인근에 조성중인 신산업단지내 25만평의 부지에 모두 2억달러를 투자해 TV외에 냉장고·세탁기까지 생산, 아프리카지역내 최대전자회사로 올라서는 한편 LG전자 세계화의 주요거점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구축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인터뷰/임성준 주이집트 대사/“무바라크 대통령 경제개혁에 한국동참 희망” 지난해 4월 수교후 올초 제2대 주이집트대사로 부임한 임성준대사는 『이집트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는 어떤 나라인가. ▲이집트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아프리카의 중심국가다. 이집트자체시장도 적지 않지만 중동지역, 북부아프리카, 유럽국가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수십년동안 젖어온 사회주의체제의 잔재를 씻기 위해 경제활성화를 국가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채택하고 경제개혁과 시장경제체제 정착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무바라크대통령은 올초 경제통인 간주리총리를 새로 임명하는등 경제내각을 발족하기까지 했다. ­현재 경제상황은 어떤가. ▲연평균 성장률이 3∼4%를 유지할 만큼 실물경기가 좋다. 또 두자리수를 웃돌던 물가도 92년부터 외환사정등 경제여건호전으로 10%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의 특징은. ▲이나라는 제조업체가 별로 없지만 다른나라에는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관광수입 35억달러, 수웨즈운하수입 25억달러, 원유수입 10억달러등 매년 60억∼70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거저 벌어들이고 있다. 또 외채가 4백80억달러에 이르지만 걸프전당시 다국적군에 참여한 대가로 서방국들이 매년 40억∼50억달러씩 외채를 탕감해주고 있다. ­무역현황은. ▲수출 30억달러에 불과하지만 수입이 1백10억달러로 무역역조국가다. 주요수출품은 원유, 원면등이고 수입품은 곡물류, 자동차부품 등이다. ­향후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풍부한 자원과 양질의 노동력을 가지고 있어 발전잠재력이 큰 나라다. 또 일본등 우리경쟁국들의 진출이 아직 부진한 편이어서 우리가 먼저 진출할 경우 시장을 선점할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진영 LGEEG 법인장/“일기업 도전 갈수록 거세… 독자기술 개발 총력” LG전자 이집트법인을 이끌고 있는 이진영 법인장은 『우리법인은 LG전자의 많은 해외지사중에서 흑자를 올리고 있는 몇개 안되는 법인으로 LG전자 세계화의 전초기지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진출 동기는. ▲이집트는 저임의 노동력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의 특혜, 유럽과의 접근성등 장점이 비교적 많은 나라다. 또 이집트를 기반으로 중동, 아프리카 인근지역 진출이 용이하다. ­애로사항도 많은 것으로 아는데.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또 이집트사람들의 비지니스형태와 사고방식이 우리와 전혀 딴판이다. 약속을 잘 안지키고 계약서을 위반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장점을 손꼽는다면. ▲인력확보에 어려움이 없다. 대졸자의 실업률이 13%를 넘고 전체 실업률이 30%를 능가한다. 대졸자 임금이 2백∼2백50달러로 한국의 12분의 1수준이다. 또 국립 카이로대학의 경우 세계대학랭킹이 서울대학보다 높다. ­주요 경쟁업체는. ▲일본기업들이다. 일본의 기술수준이나 경영기법이 날로 강해지고 있어 우리만의 독보적인 기술구축이 시급한 형편이다. ­LG전자가 이집트내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집트 사회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이스마일리아주의 경우 주지사가 우리회사를 주내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선정해 외국산업시찰단이 오면 우리회사를 반드시 방문코스에 집어넣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세계화노력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이집트와 같은 후진국에서의 세계화는 현지인을 잘 교육시켜 우리가 지향하는 경영목표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다. 후진국에 진출한 기업이 성공하려면 그나라 국민들의 수준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관련기사



연성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