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바그너 대작 '파르지팔' 최초로 국내 무대 오른다

국립오페라단 내달 1일ㆍ3일ㆍ5일 공연

국내 초연되는 바그너 오페라 '파르지팔'의 주역들. 왼쪽부터 연출 필립 아흘로, 지휘 로타 차그로섹, 쿤드리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이본 네프, 파르지팔 역을 맡은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 구르네만즈 역을 맡은 베이스 연광철.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올해는 오페라의 두 거장 주세페 베르디(1813∼1901ㆍ이탈리아)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ㆍ독일)가 나란히 탄생 200돌을 맞는 해다. 그러나 국내 무대에서는 유독 베르디 오페라에 대한 편식이 심한 편이다. 베르디 음악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우선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반면, 바그너 음악은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를 요구한다. 그에게 오페라는 그저 뭇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치유하기 위한 수단의 예술이 아니다. 오페라를 통해 삶의 숭고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게 바그너의 지론이다. 바그너는 자신의 작품을 기존의 오페라와 구분해 극시(劇詩)·음악·무용의 총체예술인'악극'이라 칭하고, 자신의 악극만을 위한 별도 공연장(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을 만들 정도로 철저한 예술지상주의자였다. 클래식 초심자들이 바그너 음악을 선뜻 고르지 못하는 이유도 십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바그너 음악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매료되는 마성이 있다. 음악·문학·철학 등이 한 데 어우러진 진중함은 물론, 인물이나 사건에 특정한 선율이나 화성의 동기를 부여해 음악이 극을 이끌어간다. 한 번 압도되면 쉽게 헤어나기 힘들다는 게 바그너 애호가들의 설명이다.


국립오페라단이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파르지팔'을 오는 10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국내 초연(初演)이다. 2008년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무대에 올리려고 했으나, 2007년 12월 공연장 화제로 무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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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지팔'은 바그너가 1882년 완성해 같은 해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바그너 예술세계 총합과도 같은 작품. 중세 스페인을 배경으로 착하고 용감한 성배(聖杯) 수호기사 파르지팔이 마법사에게 빼앗긴 창을 되찾고 왕이 되는 과정을 신화적으로 해석했다. 사랑·증오·종교·구원 등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았고, 공연 시간만 장작 5시간에 달하는 대작이다. 국립오페라단 측은"1막 공연 후 1시간 정도 관객들이 불편없이 식사할 수 있도록 예술의전당 측과 간단한 먹거리를 공연장 근처에 준비해 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파르지팔'에서 빛을 발하는 주인공은 바그너 오페라 성지'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서 최고의 바그너 가수로 호평 받고 있는 베이스 연광철이다. 그가 한국 초연에서 구르네만즈 역을 선보인다. 10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이탈리아 오페라에선 오케스트라(관현악)가 성악의 반주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바그너 오페라에서는 성악가가 가사 전달하는 악기에 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케스트라 소리가 크고 차지하는 몫이 크다. 관객이 단순히 소리 감상만 하지 않도록 정확한 가사 전달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한국 초연의 연출은 프랑스 파리 출신의 연출가 필립 아흘로가 맡았다. 그는"중세의 배경, 기독교적 색채, 바그너의 철학적 사고 등 이 거대한 작품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빙해에서의 난파'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몰락해가는 성배 기사단의 모습을 무대에 표현했다"고 말했다. 10월 1일,3일(개천절),5일. 1만원∼15만원. (02)586-5282.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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