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이슈 인사이드] "발병하면 치유 힘들어 조기에 치료 필요"

'마음의 암' 정신질환<br>우울증 환자 작년 50만명, 진료비만 2000억 달해<br>가족력 있거나 환각 지속땐 정신분열 고위험군으로 봐야<br>서울대 첫 예방클리닉 문열어

우울증·정신분열병 등 현대인들에게 급증하고 있는 각종 정신질환도 암이나 만성질환처럼 조기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신질환 조기예방 클리닉이 문을 여는 등 정신질환 고위험군의 초기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요 사망원인인 암은 걸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아진다. 암뿐만 아니라 당뇨ㆍ고혈압 등 만성질환도 나날이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가족 중에 암환자나 만성질환자가 있으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정상인보다 더욱 철저한 건강검진과 정밀검진 등을 통해 질환 발생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늘 당부한다. 현대인들에게 급증하는 우울증ㆍ정신분열병 등 각종 정신질환도 암ㆍ만성질환처럼 고위험군을 미리 찾아내 조기진단하고 치료하자는 움직임이 최근 국내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정신질환도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암세포 같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갉아먹어 '마음의 암'이라고 불리는 정신질환의 조기진단과 치료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정신질환 조기예방 클리닉 국내 첫 개소=정신질환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배경으로는 환자의 급증 및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증가 등에 따른 각종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표적 정신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한해 환자 수가 지난 2006년 44만명이던 것이 지난해 52만여명으로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른 총 진료비도 같은 기간 1,400억여원에서 1,900억여원으로 급증하며 2,000억원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정신질환 등이 자살 등으로 이어지며 추가적인 사회적 손실을 부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살자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최근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정신질환의 암이라 불리는 정신분열병을 비롯한 각종 정신병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 정신병을 예방하는 '정신질환 조기예방 클리닉'을 이달부터 문 열고 본격 진료에 나선다. 국내도 정신질환의 조기진단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질환 조기예방 클리닉 책임교수는 "정신질환 고위험군의 진단과 치료는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주제"라며 "호주 멜버른대와 미국 예일대를 중심으로 지난 1990년대 중반 시작돼 현재에는 각국에서 고위험군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전문 클리닉이 개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ㆍ독일ㆍ영국ㆍ네덜란드ㆍ캐나다ㆍ미국 등에서 정신질환 고위험군의 진단과 치료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ㆍ홍콩ㆍ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정신질환 조기예방 클리닉은 정신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군의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해 일주일 내에 선별평가와 전문가의 면담평가, 인지기능평가와 MRI 촬영, 뇌파 촬영을 하고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워 정신병을 조기에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권 교수는 "고위험군의 발견과 조기 치료는 정신분열병과 같은 심각한 정신병의 증상과 후유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개인의 증상에 따라 소량의 약물치료를 하거나 본인이 겪는 증상에 대한 대처방식을 수정하는 인지행동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키고 정신병의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치료시 상담 및 소량 약물치료로 정신병 발생 막아=정신질환 고위험군 환자들은 상당기간(대개 일년 정도)에 걸쳐 대인관계의 어려움, 이전에 비해 자신이 달라져 있다는 느낌, 의심, 우울감과 불안, 불면, 집중력의 저하 등과 같은 일반적이고도 미묘한 증상들을 겪으며 점차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 시기에 이미 정신증에서 일어나는 대뇌 피질의 손상이나 인지기능의 손상, 뇌의 기능적 연결성에 문제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한 2명 이상의 가족들이 정신분열병 등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정신병 발병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그렇다면 정신질환의 조기치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일까. 호주에서 시행된 정신분열병 환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증상이 아주 심한 고위험군인 경우 약물치료를 하면 6개월 이후 9.7%만 정신증이 발병하는 데 비해 약물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35.7%가 정신증으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연구에서는 1년간 추적관찰했을 때 약물치료군에서는 16.1%에서 정신증으로 진행하는 데 비해 비교를 위해 위약(가짜약)을 쓴 군에서는 37.9%가 정신증으로 진행됐다. 국내에서도 권 교수팀이 신경외과 뇌자도센터 정천기 교수팀과 공동으로 최첨단 뇌 검사기기인 뇌자도(MEG)를 이용해 정상인과 고위험군 34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정신분열병 고위험군의 청각 기억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저하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현재는 뚜렷한 정신병적 증상이 없더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관계사고(나와 관계없는데도 관계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 착각이나 가벼운 환각 등이 있으면서 학업성적이나 대인관계의 저하, 불안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 등이 정신분열병 고위험군에 속한다. 권 교수는 "정신분열병 환자의 경우 환청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뚜렷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진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1~2년 이후 정신분열병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의 평생 유병률 1%에 비해 훨씬 높은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신질환의 경우 한번 발병하면 완치되기가 어렵다는 점도 조기치료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다. 특히 예방목적으로 치료를 할 경우 상담 및 심리치료 등의 부담 없는 치료법이 적용이 가능하고 본격 치료 때보다 소량의 약물을 사용한다는 점도 조기치료의 장점이다. 권 교수는 "고위험군이 정신분열병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목적의 치료시에는 정신치료, 스트레스 감소 등의 정신심리적 치료를 주로 사용한다"며 "증상이 좀 심한 경우에는 본격적인 발병 이후 사용하는 약물용량의 10~25% 수준의 항정신병 약물 소량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년 전문의는 "정신질환 고위험군의 치료에는 면담 치료의 일종인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된다는 결과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며 "인지행동치료는 각 개인의 심리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를 진행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는 것이 장점이며 스스로 대처하는 능력을 강화시킴으로써 자존감 및 자립심 향상에도 도움을 줘 정신병 발생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철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의 경우도 초기에 발견하면 가벼운 운동, 식생활 습관 개선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입원 및 약물치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들의 경우 환자 자신이 스스로 병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가족 등 주변의 역할이 중요한데 갑자기 식욕이 저하되거나 잠을 잘 못 자고 아무리 즐거운 일을 해도 스트레스 해소를 하지 못한다면 전문가로부터 조기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