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동건(가명)씨는 얼마 전 동창회에 나갔다가 뒤통수를 한대 맞은 기분을 느꼈다. 그날의 주된 화제는 재테크였다.
재테크 수단이라고는 예금과 적금밖에 모르는 이씨는 친구들의 다양한 재테크 전술에 혀를 내둘러야 했다. 다음 달과 다다음달에 각각 적금 만기가 끝나는 이씨는 이번 기회에 재테크 지평을 넓혀보기로 했다.
저금리.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금융소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단어다. 그만큼 식상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재테크 선수라면 저금리 뒤에 숨겨진 플러스 알파를 찾아낸다. 이씨가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그랬다.
이씨는 특히 은행원 동창이 해준 말을 가슴 속에 아로새겼다. 그는 고금리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알파를 얻으려면 중금리의 매력에 빠지라고 충고했다. 그의 말마따나 중위험ㆍ중금리 상품은 최근 수년 간 재테크시장을 수놓았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재테크를 위해선 수익률 눈높이부터 낮추라고 조언한다.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일 자체가 수익률 향상이 아닌 위험분산을 노린 것이다. 리스크는 낮추고 투자수익은 높일 수 있는 중금리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활기 띤 공모주시장, 공모펀드로 공략=올 상반기 재테크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이 공모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모주 투자수익률은 평균 59.5%를 기록했다. BGF리테일 등 8개 상장사의 공모가 대비 첫날 종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수익률인데 만약 2,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상장 하루 만에 1,200만원을 번 셈이다. 이로써 투자자 뇌리에는 '공모주=대박'이란 등식이 박혔다.
물론 단점도 있다. 경쟁률이 매우 높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공모주를 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공모주펀드다.
상장 예정기업은 공모주를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하는데 일반적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배정되는 물량이 훨씬 많다. 경쟁률에 상관없이 양껏 공모주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또 공모 때마다 청약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공모주펀드라도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 공모주펀드는 대부분의 투자자산을 채권으로 채우는데 공모주 비중은 10% 안쪽이다.
공모주 효과를 노리려면 공모주 비중이 높은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 4%대 수익률 보장하는 국공채=국공채는 또 다른 대표적 중금리 상품이다. 특히 많은 지방 공사채 물량이 꾸준히 시장에 나오면서 투자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지방 공사채는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금리는 대개 3%대 중반에서 4%대 사이에 형성돼 있는데 판매가 시작되면 수백억어치가 2~3일 만에 소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도시공사가 발행한 '인천도시공사채'가 투자자들을 불러모았다. 이 채권은 만기 1년짜리 보장금리가 연 4.0%로 2%대 후반에 머물러 있는 정기예금(1년짜리) 금리보다 높다. 특히 이 채권은 이자가 3개월 단위로 지급됐다. 예컨대 1,000만원을 투자하면 3개월마다 약 10만원(1,000만원의 4%인 40만원을 4개 분기로 나눈 금액)의 이자가 주어진다.
이 밖에도 경기지역개발, 전북지역개발, 서울도시철도 등의 채권은 1만원 이상, 1,000원 단위로 매입할 수 있다. 단, 지방 공사채의 경우 만기까지 보유해야 약속된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만기 전에 급전이 필요해 채권을 처분해야 한다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 경우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초과수익도 노리고 분리과세도 받는 하이일드펀드=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도 프라이빗뱅커(PB)들이 꼽는 대안상품 중 하나다.
이 펀드는 채권을 직접 사고 파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중금리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유용하다.
올해 안에 가입해 1년 이상 보유 시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또 다른 혜택이다. 이 상품은 본래 고위험ㆍ고수익의 비우량 회사채와 코넥스시장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투자유인의 하나로 2017년까지 최대 3년 간 최대 5,000만원까지 분리과세 혜택이 주어진 것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7월 중순 현재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72개의 설정액 합계는 5,841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공모형이 1,513억원, 사모형이 4,328억원인데 출시 석달 만에 기록한 성적치고는 매우 훌륭하다.
이 상품은 운용사가 공모주의 10%를 우선 배정 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 청약경쟁률이 높은 공모주에 대한 간접투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공모주의 청약경쟁률은 보통 수백대 1에 달해 개인투자자가 직접 쥘 수 있는 주식은 소량에 불과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는 삼성SDS,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같은 대어를 비롯해 전기밥솥업체 쿠쿠전자, 건축자재업체 덕산하우징 등 알짜기업들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대어들의 증시입성이 현실화되면 펀드성과는 그만큼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편입비중이 높지 않아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또 분리과세 하이일드 규모가 커질수록 받을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은 줄어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