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인적쇄신을 둘러싼 여권 권력투쟁 양상과 관련, “시국이 어렵고 엄중해 우리가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가야 하는데 일부 의원의 묻지마 식 인신공격 행위와 발언들이 걱정스럽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일부 대통령 측근들의 인사개입을 ‘권력 사유화’로 비판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을 직접 겨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인적쇄신과 여권 내 주도권 확보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이번주 말과 다음주 초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부의장 퇴진론이 확산되면서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당내 갈등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을 만나 최근 당내 상황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안 의원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리는 일은 자제해야 된다”면서 “국민의 바람은 한나라당이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과 어려운 정국을 풀어가는 것인데 당내 문제로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우리가 서로 사랑이 조금 부족했느냐.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려는 우리들의 성숙한 인격이 모자라는 것은 아닌지...”라며 갈등을 촉발시킨 정 의원 등 일부 소장파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 사유화’ 발언은 정 의원이 쇠고기 파동으로 국민적 불만이 팽배한 시점에 이 전 부의장과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등을 사실상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고 이에 일부 소장파들이 동조하면서 당내 분란양상을 보여왔다.
최근 이 대통령과 독대한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대통령이 최근 상황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특히 정 의원에게 화가 많이 나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저하고 나하고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나한테 와서 말하면 되는 것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언짢은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진 의원은 조만간 있을 개각과 관련, “대통령이 총리 교체를 비롯한 개각과 관련해서도 고민이 깊고 ‘박근혜 총리’ 문제도 고민이 많은 것 같다”면서 “더욱이 비고려대, 비영남, 재산 10억원 미만의 사람을 찾으려니 본인과 (손발을) 맞춰보지 않은 사람들뿐이고 그러다 보니 고민이 되는 것 아니냐”고 기류를 전했다.
당 지도부 역시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양측 진영에 당내 분란을 일으키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엄중 경고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2인자 행세를 하다가 이제 와서 대통령의 형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 의원을 겨냥,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이 전 부의장에 대해 “이 의원이 청와대 인적쇄신안에 관여한다면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면서 “이 의원 역시 오해를 받지 않도록 처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번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돼 2선 후퇴 압력을 받아온 이상득 전 부의장은 정 의원 등의 공세에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이날부터 외부 인사들과의 공식 면담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는 ‘칩거 정치’에 돌입했다. 정 의원 측도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한 채 이 대통령 발언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당초 다음주 초 의원총회에서 의원직까지 거는 등 배수의 진을 치고 이 전 부의장 퇴진론을 제기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