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주 뮤직 아일 페스티벌' 성공리에 마친 지휘자 금난새

"연주자 호흡 느끼며 음악 빠져드는 데는 실내악 만한 것 없죠"<br>호텔 복도서 이뤄진 즉흥 연주가 제주 페스티벌 시작하게 된 계기<br>내년엔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 계획


"맨해튼의 범죄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은 경찰의 힘이 아니라 뒷골목에 설치한 네온사인이 도시를 밝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환경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음악의 역할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연주자는 무대를 장악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청중과 함께 호흡하며 음악을 통해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금난새(64ㆍ사진)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연주자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한다. 18~26일 열린 '제주 뮤직 아일 페스티벌'에서 만난 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지만 문화적으로 소외됐던 제주도에 수준 높은 음악 축제가 열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 뮤직 아일 페스티벌은 지난 2009년 클래식 본고장인 유럽페스티벌협회(EFAㆍEuropean Festival Association) 정회원으로 가입됐다. 페스티벌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2004년 여름 제주에서 한 음악회가 열려 제주신라호텔에 묵었는데 아침 식사 후 단원들이 복도 양쪽에 자리잡고 앉아 자연스럽게 즉흥 연주를 했어요. 당시 지나가던 총지배인(성영목 전 신라호텔 사장)이 비수기인 겨울철에 호텔에서 진행할 수 있는 음악회 자문을 구하길래 제가 실내악 축제를 제안했지요. 곧바로 이듬해부터 시작됐어요. " 체임버 뮤직을 제안한 이유는 뭘까. 그는 "우리나라에선 음악 편식이 심합니다. 음악 전공 학생들은 독주자로 성공하는 것이 최대 목표이고 관객들도 대규모 오케스트라에만 익숙해요. 하지만 클래식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실내악(하우스 콘서트)에서 시작해 성장해 왔지요. 연주자의 호흡을 느끼며 음악 자체의 선율과 매력에 빠져드는 데는 실내악만한 무대가 없어요." 페스티벌 기간 동안 매일 저녁 6시에는 삼성전자, 포스코, 홈플러스, 이건 등 후원기업의 VIP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로 음악회가, 밤 9시에는 호텔 고객과 제주도민을 초청한 150여명 규모의 음악회가 열렸다. 금 감독은 친절한 클래식 해설가를 자처해 곡의 탄생 배경, 작곡가의 삶 등을 소개하고 중요한 멜로디는 미리 들려주기도 했다. 올해 페스티벌에서는 특별 행사도 열렸다. 지난달 창단식을 가진 서귀포청소년오케스트라의 명예 지휘자로 추대된 금 감독이 현악 4중주의 축하 공연을 지휘한 것. "작년에 서귀포시장이 어린 학생들에게 연주자를 직접 만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제안해 흔쾌히 수락했다"는 그는 "내년 페스티벌에는 학생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금 감독은 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KUCOㆍKorea United College Orchestra)와 함께 러시아 공연을 추진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KUCO는 경희대ㆍ고려대ㆍ서울대ㆍ연세대ㆍKAIST 등 25개대 학생이 모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연합체로 금 감독의 지휘로 지난 1월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예술을 통해 소통의 장을 열겠다는 젊은이들의 꿈을 함께 실현해보고 싶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연주회까지 추진하려는 겁니다. 그 첫 단추가 러시아입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만약 당신이 다이아몬드라면 당신은 어떤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If you are a diamond, you don't need worry). 꿈을 가진 것만으로 그들은 다이아몬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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