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뛰어넘기'등 짧은이야기로 '학습이론' 풀이우화는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우화의 우회적인 표현이 깊은 여운을 준다. 때문에 재미 있는 이야기 속에 숨은 교훈이나 감동은 오래 가기 마련이다.
근래 1년 여간 톱 베스트셀러의 반열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진명출판사)가 그 좋은 예이다.
바다출판사가 최근 펴낸 우화 '늑대 뛰어넘기'와 '레밍딜레마', '네안데르탈인의 이야기' 등 3권에는 신경영이론과 개인의 처세에 대한 지혜가 담겨 있다.
저자는 데이비드 허친슨. 서구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새 경영이론 사조인 '학습이론'의 대가이다.
학습이론이란 1978년 하버드대학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개인의 창의력이 관습에 얽매여 있는 조직 속에서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 집중 탐구하고 있다.
거대한 조직 속에서 개인의 창의력을 억압하는 관습들을 타파하고, 개인과 조직의 조화로운 공존과 발전을 모색하는 게 이 이론의 목표. 그 핵심요소는 시스템적 사고, 개인적 숙련, 사고모델, 비전의 공유, 팀 학습 등 5가지이다.
우화 '늑대 뛰어넘기'는 학습조직론의 전체적인 윤곽을 보여주며, '레밍딜레마'는 개인적 숙련을, '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는 사고모델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각 책의 말미에 우화를 빌어 학습모델이론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 늑대 뛰어넘기
한 울타리에 모여 사는 양떼는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어느날 "왜 늑대는 매일 오지 않을까?" "철망이 꽤 높은데 어떤 길로 오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무리에서 일기 시작했다. 그들의 오랜 체념을 극복하는 첫 출발이었다.
양들은 한 데 모여 토론과 학습을 반복했다. 그들에게 '늑대를 물리쳐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설정됐고, '늑대를 물리칠 수 있다'는 비전이 생겼다.
마침내 양들은 늑대가 울타리 밑으로 기어들어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막아, 평화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 책의 목표는 '우화를 통해 학습조직 형성하기'이다. 이 책은 조직이 학습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달라져야 할 3가지 행동영역을 제시한다. 첫째는 강력한 지도이념을 구축하는 것.
양들은 '더 이상 양들이 늑대의 식사거리로 죽지 않게 될 날'이라는 비전을 공유하면서 변화할 수 있었다. 둘째, 새로운 이론과 방법을 다라야 한다.
양들은 '늑대 뛰어넘기'의 이론을 접하고, 토론이라는 소통방식을 채택해 승리할 수 있었다.
셋째는 인프라 혁신. 양들은 늑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정보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공동학습의 장을 열었다. 저자가 주는 교훈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면 세상 자체도 바뀐다"는 것이다.
■ 레밍 딜레마
주기적으로 절벽에서 뛰어내려 집단자살을 하는 나그네쥐 레밍에 대한 이야기. 이 오랜 전통에 대해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오직 어린 쥐 에미만이 "왜 우리는 뛰어내리지?"라며 의문을 품을 뿐. 그러던 중 레밍들의 절벽점프 축제가 벌어지는 날이 왔다.
레밍들이 추락을 개시했다. 에미도 함께 뛰었다. 그러나 절벽 아래가 아니라 협곡 너머로의 점프였다. 협곡 너머에는 더 넓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에미의 발상의 전환으로 레밍들의 초원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됐다.
이 책은 개인적 숙련에 관한 우화다. 개인적 숙련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창조해내는 능력. 개인적 숙련이 높은 사람의 특징은 바로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삶에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것을 원하는지 잘 안다. 즉 자신의 목표와 비전이 분명한 것이다. 저자는 먼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구해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나는 무엇을 창조하고 싶은가?"를 자문해 비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목표와 비전이 없다면 레밍들의 맹목적인 자살처럼 벼랑으로 돌진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으므로.
■ 네안데르탈인의 그림자
웅가, 붕가, 우기, 부기, 트레볼. 아주 먼 옛날, 동굴 속에 이렇게 다섯 명의 원시인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동굴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고 철석 같은 믿음을 갖고 있다.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가 진짜라고 여기면서. 그런데 부기가 동굴 밖 세상을 궁금해하면서 일대 소동이 벌어지고, 부기는 동굴 밖 세상으로 나가 새 세계를 보게 되면서 "우리는 정말 조금밖에 못보는구나."라며 그동안의 폐쇄적인 삶을 뉘우치게 된다.
그리고는 웅가, 붕가, 우기, 트레볼 등 동굴 속 친구들에게 신천지의 실상을 알리러 동굴로 돌아간다.
이 책은 사고모델에 대한 우화다. 사고 모델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세상의 변화와 함께 변해야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미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과거의 사고 모델만을 고집한다면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을 방해하게 된다. 전세계 시계 시장을 오랫동안 석권했던 스위스 시계산업이 갑자기 쇠퇴의 길을 걷게 된 이유가 바로 해묵은 사고모델에 대한 집착이다.
스위스의 시계회사들은 "시계란 똑딱똑딱 거려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린 나머지, 전자시계라는 신기술을 무시하다가 결국 일본 기업들에게 시장을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진정한 혁신이란 사고 모델의 검증과 업데이트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