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철강감산요구 왜 나왔나

구제조치만으로는 한계 값조절로 자국기업 보호미국이 세계적인 철강생산 감축을 요구한 것은 통상법 201조(긴급수입제한조치)에 따라 구제조치 수순을 밟는 것만으로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총회의 합의를 살리기 위해 특정산업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강행하기보다는 세계적인 감산 합의를 끌어내 국제철강재 가격을 지지하는 것이 순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 ◆ 미, 정부대표단 파견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미국이 철강산업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적인 감산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대표단을 한국ㆍ일본ㆍ중국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대표단은 플로리젤 리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를 비롯, 상무부 등에서 4~5명으로 구성되며 오는 27~29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도 23일 미국과 한국 대표단은 28일 서울에서 한미 철강협의를 갖는다고 밝혔다. 미국은 특히 이번 협의에서 한국 업계의 설비감축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12월17∼18일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회의를 앞두고 방문하는 것인 만큼 OECD 회의에서 논의될 생산감축 문제에 대해 사전협의가 이뤄질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의 철강 감산 요구에 앞서 유럽 철강업계가 세계적인 감산을 주장했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 아시아 국가들도 무역분쟁을 피하는 방안으로 감산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낡은 시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모범적으로 감산을 약속해야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이에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 감산 요구는 보호무역주의의 대안 철강 감산에 대한 논의는 미국이 지난달 23일 한국 등 아시아와 유럽 철강수입재에 대해 산업피해 판정을 내린 후 그 대안으로 유럽에서 제기됐다. 프랑스의 유지노, 룩셈부르크의 아베드, 스페인의 아세랄리아 등 유럽 3개 제철소가 합병, 탄생하는 세계최대 철강회사의 조셉 킨쉬 회장 내정자는 "철강산업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감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세계철강업계 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도마 위에 올라 미국이 곤욕을 치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미국은 반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세계적인 지지를 얻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통상분쟁을 일으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3위 철강업체인 베들레헴 스틸이 법원에 파산 보호신청을 낸데 이어 4위업체인 LTV도 파산 신청과 동시에 두개 공장을 폐쇄했다. 두 회사의 파산신청으로 미국의 조강능력은 10% 이상 줄어들어 철강재 가격이 상승하고 US 스틸, 뉴코어 등의 회생에 도움을 주게 됐다. 이에 힘입어 미국은 12월19일로 예정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201조 구제조치 확정에 앞서 세계적인 감산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 감산의 문제점 ITC 결정에 앞서 12월17~18일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회의에서 세계적인 생산감축 문제가 논의된다. 이때까지 감산에 대한 각국의 사전협의가 이뤄진다면 미국은 산업피해 판정에 따른 덤핑 보복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 한국대사관의 정준석 상무관은 "현재로서는 감산 논의가 통상법 201조 조치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감산에 대한 국제적인 윤곽이 잡힌다면 미국의 보호무역조치는 철회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OECD에 따르면 세계 철강 생산이 수요를 30% 이상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철강산업의 생산성이 유럽과 아시아에 비해 낮기 때문에 미국의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세계적인 감산 논의의 선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감산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아시아와 동유럽 국가에서는 정부가 어느 제철소의 문을 닫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권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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