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사건은 한국 시장의 내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나서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시장원리에 맡겨야죠.”
에드워드 켈러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한국대표는 과거 대우사태나 하이닉스, 한보철강을 예로 들며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일들이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우자동차의 매각 과정에서도 정부의 개입으로 오히려 협상 기간이 길어지고 매각 가격만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느냐”며 “개별 기업과 채권단이 사태를 책임지도록 해야 시장이 성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켈러허 대표는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 중심지`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도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외환 등 각 분야에서의 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외국은행의 한국 지점들을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일부로 보지 않고 독립된 은행으로 간주하는 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세계적인 은행들이 한국에서 사업을 펼치는데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98년부터 6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켈러허 대표는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나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한국은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국가”라며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들이 변화를 거부한 반면 한국은 빠르게 변화해 나가 위기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그는 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켈러허 대표는 “지난 수십년간 고성장 시대를 살아온 한국민들은 2% 성장도 불황으로 체감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고 경기가 하강하는 것은 한국 내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미국 등 해외 경제가 악화된 데 따른 외부적인 요인도 크다”고 분석해 한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은 평가를 내놓았다.
켈러허 대표는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를 높여 커지는 이웃 중국에 대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에의 투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