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가자.』 최근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강한 목소리다. 내수시장이 정체, 해외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불황에는 외제차 업체라고 예외가 아니다. 전반적인 판매부진 속에서 나타난 국내 시장의 특징과 해외진출 전략, 외제차업체들의 움직임 등 불황 속의 자동차산업을 살펴본다.<편집자주>◎올 국내 자동차시장 특징/내수정체 극심/레저용차 강세/수용 양극화/신차경쟁 치열/출혈판매 중단
올해 자동차시장은 어느해보다도 불황이다.
그래서 시장 특성은 특별한 관심사다. 업계는 ▲내수정체 ▲지프형차, 미니밴 등 레저용차(RV) 강세 ▲중형 저조와 소형·대형의 강세등 수요 양극화 ▲치열한 신차 경쟁 ▲무이자 할부판매 중단 등을 5대 특징으로 꼽는다.
◇극심한 내수정체=올들어 지난 2월까지 자동차 판매는 18만5천4백76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9%가 줄었다.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통상 3월부터 자동차시장이 성수기에 들어가지만 호재는 별로 없다. 4월부터 춘투에 들어가는데다 5월1일부터 무상보증기간이 1년 2만㎞에서 2년 4만㎞로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들도 구매를 5월 이후로 연기하고 있다.
◇레저용차(RV) 강세=모델에 따라 부침이 있지만 현대 스테렉스, 현대정공 갤로퍼Ⅱ 등 전반적인 불황속에서도 레저용차(RV)는 현재 공급이 달릴 정도로 수요가 폭주하고 있다. 스타렉스 계약은 3월 1달간 약 1만5천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대는 3월 한달간 3천4백대를 공급, 극심한 공급적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6일 부터 판매한 갤로퍼Ⅱ는 3월말까지 계약이 6천대를 넘어섰다. 이에따라 업계는 지프형차가 지난해 8만3천8백49대에 이어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휘발유가격 인상이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요양극화=경차·소형차와 대형차 판매는 늘어나거나 보합세를 보이는 반면 중형차 수요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승용차 판매 중 29.1%로 매년 급성장을 해오며 각사의 최대승부처로 떠오른 중형차는 올들어 2월까지 판매비중이 27.3%로 떨어졌으며 소형차는 16.5%에서 올해 21.8%로 그랜저, 포텐샤, 아카디아 등 대형차는 지난해 6.4%에서 6.6%로 늘어났다. 현대 김창식 차장은 『명예퇴직과 사회불안심리로 중형차 고객인 회사 중견간부와 중산층이 소형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치열한 신차경쟁=대우가 라노스누비라레간자 시리즈와 변형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현대가 스타렉스와 경차 MX를 투입한다. 기아도 엔터프라이즈를 시작으로 세피아 후속모델, 크레도스, 왜건 등 10여종의 신차를 내놓는다. 각사가 올해 내놓는 신차는 상용차와 부분변경모델까지 합할 경우 20여종이 넘는다. 이처럼 많은 신차를 내놓는 것은 경쟁사 신차에 대한 대응 마케팅 차원이다.
◇무이자 할부 판매 전면중단=현대, 기아, 대우 등 승용3사가 내수정체로 매년 악순환을 거듭해오던 무이자할부판매를 올해는 전면 중단한다.
정세영 현대자동차명예회장,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은 최근 모임을 갖고 『무이자할부가 자동차업계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올해는 절대 무이자 할부판매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이들은 무이자할부판매 대신 할부이자 내리기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기아가 아벨라, 세피아 등 주력차종을 할부이자율 6%로 팔고 있으며 현대도 아반떼 등을 8%로 내려 시판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할부잔액의 정상할부율을 통상 12.5%∼13.8%로 책정해 왔다. 지난해 자동차업체들이 무이자할부판매로 인한 손실은 3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정승량>
◎업체들 “탈불황” 해외진출 러시/현대유고·러 기업 인수·아시아카개발 추진/기아터키·중·러서 세피아 등 연 15만대 생산/대우폴란드·체코 등 이어 이집트에 합작사/아시아내달 브라질에 5억불투자 현지공장
해외에서 불황의 돌파구를 찾는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전략 가운데 하나다.
『이제는 해외로 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박병재 현대자동차 사장과 김영귀 기아자동차 사장의 말은 최소한 지금 진리로 통하고 있다. 수요정체 속에서 극심한 경쟁이 불가피한 국내보다 해외는 그래도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 미래가 있다. 그래서 업계는 경쟁적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대우자동차의 적극적인 해외투자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견지해오던 현대·기아·아시아·쌍룡 등 다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
현대는 지난해 12월 약 1조원이 투자되는 인도 마드리스 공장 기공식을 계기로 해외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6대 자동차 업체의 하나로 중·불 합작업체인 광주푸조기차의 프랑스측 출자지분 인수는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프로젝트. 현대는 지분인수 신청서를 중국정부에 제출했으며 정세영 명예회장과 박병재 사장이 지난 3월 중순 현지를 방문, 인수입장을 밝혔다. 광주푸조기차는 중국의 3대3소3미 자동차업체 가운데 3소의 하나로 광주기차와 프랑스 푸조자동차회사가 78대22의 출자비율로 설립한 회사다.
또 현대는 유고와 러시아의 국영기업 인수를 통해 설비개체로 현대차 생산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시아 시장에 맞는 아시아카를 개발, 현지에서 50만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 2월 인도네시아 국민차 공장 기공식을 계기로 아시아카 전략 발표 등 현대와 마찬가지로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터키공장은 올해 착공하고 러시아·중국공장에서는 올해부터 세피아·프라이드·스포티지 등을 조립생산하게 된다.
터키공장은 듀제시에 연산 5만대 규모로 조성된다. 터키의 일라스사, 일본 니치멘사와 합작으로 모두 5천만달러를 투자하게 되는 이 공장은 내년초 1차 완공, 연간 5만대의 세피아·스포티지·베스타를 생산하게 된다.
또 중국 열발기차유한공사의 강소성 염성시 공장에 프라이드 조립생산체제를 갖추게 되는 중국공장은 오는 8월부터 연산 5만대 규모로 프라이드를 생산하고 2000년까지 이를 15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기아는 프라이드의 엔진, 미션, 액셀러레이터 등 핵심부품을 가져가 중국현지에서 조립하게 되는데 상표는 발열기차유한공사가 생산해온 「소복」으로 판매된다.
기아는 또 러시아 방위산업체인 FPI사의 칼린그라드 공장에 연산 5만대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춰 오는 9월부터 세피아, 스포티지, 베스타 등을 생산하기로 했다. 러시아에 자동차 조립생산체제를 갖추는 것은 기아가 국내 처음인데 기아와 FPI는 1억8천만달러를 합작투자하게 된다. 지난 2월 25일 기공식을 갖고 본격 건설에 나선 인도네시아 국민차공장에서는 오는 98년 9월 1차 준공, 7만대의 세피아(티모르)를 생산하게 된다.
폴란드·체코·우즈베키스탄·인도 등지에 연산 1백35만대의 생산기지를 구축, 해외경영을 이끌고 있는 대우는 4월중 이집트 카이로 인근 산업공단인 「식스 오브 옥토버」에 연산 2만대 규모의 승용차 합작공장 건설에 나선다.
대우는 이집트 자동차업체인 아불포토사와 합작으로 현지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합작계약을 체결했다. 투자규모는 2천만달러, 차종은 라노스와 레간자 등 신차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연산 30만대 규모의 국영기업 인수를 위해 전담조직을 구성,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공장 건설도 가능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자동차는 오는 5월께 브라질에 국내 업체 최초의 현지공장 건설에 나선다. 현지 AMB사와 합작, 5억달러를 투자해 설립되는 이 공장은 99년 9월부터 연간 6만대의 상용차를 생산하게 된다.<박원배>
◎외제차업계도 “2중고”/경기침체로 재고는 쌓이고 환율상승에 값인상 불가피
불황의 거센 파고에는 외제차라고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외제체 업계는 지난해말부터 갑자기 불어닥친 불경기로 재고가 대책없이 쌓이자 소형차 1대값에 해당하는 5백∼7백만원씩의 할인판매를 하는 파격적인 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외제차 업계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형제품은 대폭할인을 하면서도 신형에 대해서는 환율문제에 따라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고통을 받기는 외제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독일 BMW의 국내 판매법인인 BMW코리아는 지난 3월 중순부터 96년식 BMW 5시리즈에 대해 차종과 색상에 따라 5백만원에서 최고 7백만원까지 현금할인 및 장기 무이자할부판매에 들어갔다. 특히 7시리즈의 경우 파격적으로 7백만∼1천만원까지 할인을 해주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96년식 토러스를 6백20만원 인하한 2천7백6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 기존의 세이블을 구입한 고객이 토러스를 살 경우 50만원씩 깎아주는 등 각사별로 치열한 가격할인 경쟁에 들어갔다.
또 일부업체의 경우 가격할인 대신 팔걸이, 천연 가죽시트, 고급 무늬목 대시보드 등 고급 옵션을 추가로 장착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각 업체들은 97년형 모델에 대해서는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97년형 신차 시판가격을 올해부터 5∼10%씩 인상했다. 이에따라 네온은 1천7백95만원, 스트라투스는 2천6백40만원, 비전은 3천7백51만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또 뉴욕커는 4천3백56만원, 캐러밴은 2천9백84만원, 캐러밴 3.2는 3천7백7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신한자동차(사브)도 올들어 사브 9000고급형을 새로 도입하면서 CDE 2.0터보의 경우 3천9백60만원, CSE 2.3 터보는 4천9백17만원으로 각각 기존 모델에 비해 1백만원 정도 인상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요예측 실패로 각사별로 1백대가 넘는 재고량을 떠안고 있어 재고소진 대책으로 파격적인 세일을 실시중이다』며 『그러나 올들어 환율이 급격히 상승해 새로 도입하는 모델에 대해서는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켠에서는 불경기에 따른 재고누적으로, 또 한쪽에서는 환율상승으로 가격을 올려야 되는 외제차 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정승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