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란만장 SK하이닉스 주식

동전주→5만900원 사상 최고가… 미운 오리서 화려한 백조로


하이닉스 시절을 포함해 SK하이닉스에 15년 넘게 투자해왔던 개인투자자 손모(48)씨는 요즘 주식 계좌를 들여다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는 2009년 하이닉스(SK그룹 합병 전)가 유상증자를 시행할 당시 1만350원에 1,000주를 매입했다. 최근 하이닉스 주가가 5만원을 넘기면서 이 주식의 평가수익은 383%에 달한다. 2003년 대규모 감자로 주가가 135원까지 떨어져 '동전주' 처지로 전락했던 점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한다. 3일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0.99%(500원) 오른 5만9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장중에는 5만1,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손씨는 "10여년 전 하이닉스의 주가가 500원도 안 돼 대접을 못 받았는데 지금은 5만원을 넘기며 시가총액 3위 업체로 성장하지 않았느냐"며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책 한 권을 써도 될 정도로 곡절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손씨의 말대로 SK하이닉스의 주식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시작은 좋았다. SK하이닉스의 모태인 현대전자는 1996년 12월 주식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공모가는 2만원이었고 상장된 지 1년도 채 안 돼 1997년 6월 19일 4만9,600원까지 찍었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현대전자는 빅딜을 통해 LG반도체를 끌어안으며 몸집을 불린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불투명성이 대두되며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현대전자는 2001년 3월 하이닉스반도체로 사명을 바꾸며 쇄신에 나섰지만 유동성 위기에 몰려 결국 10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재무구조 개선책으로 감자를 요구했고 결국 하이닉스는 21대1의 감자를 진행해 2003년 3월26일 주가가 135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1,000원도 안 되는 동전주 처지가 된 것이다.

이후 하이닉스는 2003년 3·4분기부터 2007년 3·4분기까지 17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2005년 7월 채권단 공동관리에서 벗어나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매각을 추진하면서 주가는 2006년 9월18일 4만1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위기는 또다시 찾아온다. 2007년 4·4분기부터 7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맞아 2008년 11월24일 5,850원대까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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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악재에 주인을 찾지 못해 헤매던 하이닉스는 SK그룹이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다시 도약의 기회를 맞는다. SK그룹이 2012년 2월 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반도체 부분이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매출액은 13조8,963억원과 영업이익 3조2,15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4분기 매출액도 3조7,16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4% 증가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 개선세에 힘입어 주가는 수직 상승했고 3일에는 5만900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따지면 SK그룹에 인수되기 직전(2만6,850원) 대비 89.1% 올랐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현대차에 이어 당당히 시가총액 3위(36조2,957억원)에 올랐다. 동전주로 전락해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SK하이닉스가 10년 만에 화려한 백조로 변신한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서 SK하이닉스에 투자했던 기관투자가들도 싱글벙글이다. 워크아웃 당시 하이닉스의 채권단이었던 외환은행은 지난 4월 출자전환으로 보유하던 SK하이닉스 주식 300만주를 장외시장에서 블록딜로 매각해 1,200억원 정도의 차익을 올렸다. 외환은행은 여전히 SK하이닉스 709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도 2010년 2만2,000원대에서부터 꾸준히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입해 현재 9.36%(3월 말 기준)를 보유했다.

증권 업계는 SK하이닉스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망한다. 반도체 업계에 '치킨게임'이 사라지고 D램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계에 군소업체가 사라지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강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과잉 공급 우려가 사라지고 있다"며 "반면 D램과 낸드(NAND) 부분의 수요는 지속돼 하반기에도 SK하이닉스의 주가는 밝은 실적 전망과 함께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27개 증권사의 SK하이닉스의 평균 목표주가는 5만8,400원이다. LIG투자증권은 6월27일 7만4,000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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