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피케티 '21세기 자본'이 던진 과제, 답은 교육에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유럽 및 미국 사회의 소득 양극화를 정치(精緻)한 통계작업으로 입증해냄으로써 세계 학계로부터 찬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주제 자체는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99%의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에서 봤듯이 빈부격차 확대는 2000년대 들어 이미 많은 경제·사회학자들이 주목해온 학문 주제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펴낸 '불평등의 대가' 역시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는 빈부격차 심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있어 성격상 동일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케티 이론이 주목받는 것은 그의 강력한 처방전 때문이다. 그는 소득상위 1%로 몰리는 부의 축적 자체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세계 각국이 함께 최고 80%의 소득세를 물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가 내세우는 자본의 수익률 개념은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다시 말해 자본의 정체에 관한 자세한 해명이 빠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과연 이런 소득세 행태가 바람직하고 현실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나 조세당국조차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피케티는 자본수익률을 통틀어 세전(稅前) 4∼5% 수준으로 추정하나 생산요소의 어느 부분이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낳는지부터 불확실하다. 자본은 여러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물적자본도 있고 혁신적 특허기술도 있으며 두뇌자본도 있다. 후자들은 성격상 선대(先代)로부터 물려받은 축적자본과 큰 차이가 있다. 비근한 예로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이나 구글을 창안한 래리 페이지 등은 물적 토대 없이 오로지 두뇌만으로 21세기의 대표적 자본가로 부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내로라 하는 헤지펀드사들을 봐도 그들의 인적자본을 제외하면 사무실이나 컴퓨터·복사기 등 물적자본은 사실 껌값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살인적 소득세율은 장기적으로 투자약화를 초래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출현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화폐자본의 순간이동 능력을 감안한다면 과연 조세당국이 이를 일일이 감시·통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결국 부자들을 쥐어짜는 것 자체가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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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건 성공을 거둔 시민계층의 정치적·경제적 지지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법이다. 즉 부의 재분배를 위해 성공한 자들을 강제하기보다는 경제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불평등에 따른 해악을 줄이는 데 훨씬 더 효과적임을 알아야 한다. 바로 이런 점에서 국가나 정부가 주목해야 할 것이 교육(敎育)의 사회적 가치다.

교육은 산업혁명이 초래한 기술혁명 시대에 그에 걸맞은 노동능력을 공급하는 데 결정적 해답을 제공한 주인공이다. 당시의 기술혁명은 내연기관 발명 및 관련기술 발전을 초래하면서 수만년간 이어져온 인간이나 가축의 힘을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초기에는 이에 적응하지 못한 노동자 계급이 탈락하거나 저항하기도 했으나 20세기 들어 대부분의 사회가 국가 차원의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국민교육에 나섰고 공업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노동수요에 대처할 수 있었다.

덕분에 교육받은 노동자들은 사회의 기술진보를 따라갈 수 있었고 이들이 얻은 새로운 소득은 다시 재화·서비스의 추가 수요를 창출해냈다. 국민교육의 성공은 이처럼 기술과 실업(失業) 간 괴리를 해소하는 밑받침이 됐으며 이후 번영하는 중산층 계급의 출현을 목격하게 됐다.

오늘날 진정으로 중요한 경쟁요소가 단지 과거로부터 축적된 물적자본이 아니라 두뇌자본의 계발임을 감안한다면 우리 사회가 갈 길은 분명하다.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요구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며 상속세나 소득세 등 세제 재정비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교육 시스템의 재구축이다. 부자나 빈자를 불문하고 사회 구성원에게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그들이 사회에 나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제2, 제3의 빌 게이츠나 마윈, 래리 페이지, 손마사요시(손정의) 등이 기존의 재벌 2∼3세를 대신해 새로운 자본가로 등장할 수 있도록 사회가 북돋워줘야 한다. 그것이 21세기 자본순환의 가장 훌륭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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