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당초 예정대로 이달 말 2차 양적완화(QE2)를 종료한다. 최근 벤 버냉키 FRB 의장은 6,000억달러어치의 채권 매입이 역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크게 오른 점을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보고 있다. 실제 FRB가 2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지난해 8월 말 이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꾸준히 올랐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 회복속도는 다시 느려지고 있다. 버냉키는 이와 관련해 질문을 받았지만 "(이례적인 현상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버냉키는 '자산효과(wealth effects)'를 통한 경기 부양을 시도했었다. 자산가치 증가가 미국인들의 소비와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버냉키의 전략은 적절한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통화정책이 정밀하게 목표를 타격하는 레이저 유도 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FRB는 새로운 달러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를 어디로 보낼지는 결정할 수 없다. 제로 수준의 금리도 달러의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달러는 중국ㆍ브라질과 같은 신흥공업국과 상품시장으로 흘러들어 갔다.
이로 인해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는 '소득효과(income effects)'를 유발시켰다. 실제 수입의 변화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식료품과 에너지 소비에 많은 돈을 쓰게 되고 다른 상품을 구입할 여유가 줄어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다 가난해졌다고 생각하며 이는 경제 전체의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또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간 달러는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을 유발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고 경제회복 속도를 늦추고 있다. 전세계 경제회복의 동력이 되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은 미국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여기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원천과 통화정책의 한계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양적완화는 위기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여기에만 의존해서 안 된다. 양적완화를 통한 자산효과는 소득효과를 유발해 가난한 사람들과 중산층에게 타격을 줬다. QE2와 제로금리는 은행가들과 헤지펀드들의 배만 부르게 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소득효과가 자산효과를 상쇄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성장의 진정한 원천은 투자와 혁신에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금처럼 규제를 강화하고 정치적으로 자금을 분배하거나 기업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경제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 여기서 벗어나야만 진정한 자산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