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기 갈수록 시들…엔貨 다시 주목 ■ 美 前 경제수장들 '달러화 위기' 한목소리美 경상수지 개선 기미없어… 弱달러 장기화 조짐전세계 중앙銀 "엔화 보유비중 확대" 발언 잇따라中등 아시아國 통화정책이 달러화 흐름 좌우할듯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고은희기자 bluleskies@sed.co.kr 지난 2005년 2월21일 국제 외환시장은 일대 혼란을 겪었다. 한국은행이 2월18일 국회 재경위에서 '외환보유액 가운데 고수익증권과 고금리 통화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확한 의미는 '같은 통화 내에서 상품의 비중 조절'이지만 '통화 다변화'로 잘못 해석되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17원이나 급락했다. 이른바 'BOK(한은의 영문약자)' 쇼크다. 최근 미국의 전직 경제 수장들이 잇따라 '달러화 위기'를 경고하고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방침을 밝히면서 달러화 급락 여부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시장에서는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하는 반면 엔화는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장 달러화가 폭락할 것이라는 분석은 찾아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에서 달러에 대한 인기는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약(弱)달러 지속 불가피=미국은 내년에도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재정수지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외 의존적 소비구조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회보장 비용 증가가 재정적자 폭을 확대시키고 달러화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유럽과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과 금리 격차도 감소,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최근 중국ㆍ러시아ㆍ뉴질랜드ㆍ스위스ㆍ스웨덴ㆍ태국 등의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방침을 밝힌 것도 달러 약세 요인이다. 우샤오링(吳曉靈) 인민은행 부행장은 16일 뱅크인도네시아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지난 몇 년간 중국은 엔화를 매수 및 보유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지난 7월 중순 외환보유액 중 10%(290억달러)를 유로화로 전환했다고 밝혔고 8월 초에는 이탈리아가 달러화 비중을 36.6%에서 25.7%로 줄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엔화 바닥 찍었나=이 같은 상황에서 약세를 지속해온 엔화는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주요 통화에 대한 엔화 실질 실효 환율은 21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엔화 강세를 내다보고 저가 매수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알렉세이 율리유카예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16일 "엔화를 이미 사들이기 시작했고 앞으로 보유 비율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현재 세계 3위의 외환보유국으로 외환시장에 대한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뉴질랜드ㆍ스위스 중앙은행 등도 엔화를 매수하고 있거나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달러화 폭락은 없을 듯=하지만 곧바로 '달러화 폭락'과 같은 비상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 달러화 향방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외환보유액 1위), 일본(2위), 한국(5위)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달러화 폭락'으로 얻을 이익이 거의 없어 달러 자산을 갑자기 대규모로 처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다변화 방침도 따지고 보면 미국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를 차단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세계 각국이 달러 비중을 낮추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 2ㆍ4분기 전세계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화 자산의 비중은 65.4%(1조9,962억달러)로 지난해 말 66.6%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입력시간 : 2006/11/16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