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칼럼/1월 21일] 백발의 CEO

‘백발(白髮)의 최고경영자(CEO)’인 중국 삼성의 박근희 사장이 새해 들어 머리를 검게 물들였다고 한다. 백발에 익숙한 주변 사람들이 왜 그랬냐고 물으면 박 사장은 “시장 상황이 어려운데 CEO로서 무언가 바꿔야겠다 싶어 염색부터 했다”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경제의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노동집약적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칭다오(靑島)의 경우 자금줄이 막힌 수많은 기업들이 춘제(春節ㆍ설날)를 전후로 무더기 도산할 것이라는 ‘춘제 대란설’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중국시장은 우리에게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가 내수시장 부양을 위한 4조위안 규모의 ‘중국판 뉴딜’을 발표하는 등 중국시장이 완전히 새로운 판으로 짜여지고 있는 것이 우리에게 한편으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지만 상황은 만만찮다. 무엇보다 ‘홈 그라운드’인 중국 내수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이미 확보한 중국 토종기업들과 힘겨운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이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 기업들에는 큰 부담이다. 중국의 대표적 재벌인 류융하오(劉永好) 신시왕(新希望)그룹 회장은 “외국 기업이 아무리 좋은 차, 숙련된 기사를 데리고 온다 해도 우리는 덜컹거리는 농촌의 경운기로 경주에서 이길 수 있다. 우리는 어디에 구멍이 뚫려 있는지 알고 고장 나면 어디서 고쳐야 할지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시장 개척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발언이다. 중국인들이 으뜸으로 꼽는 장사꾼의 강령 가운데 하나가 ‘장사에서는 속임수도 꺼리지 않는다’는 뜻의 상불염사(商不厭詐)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속임수를 일삼는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의 실수와 중국에 대한 몰이해는 그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우리 대기업들은 새해 중국 내수시장에서 출발이 좋은 편이다. 베이징현대차는 1월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하루 22시간씩 풀가동하고 있고 LG전자는 휴대폰 분야 마케팅 투자를 2배 이상 늘려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롯데마트는 중국 내 매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고 CJ와 두산인프라코어 등도 올해 매출 목표를 늘려 잡았다. 하지만 신발끈을 더 단단히 동여매야 한다. 글로벌 마케팅의 고수인 초일류 다국적 기업들과 중국시장을 손금 보듯 읽고 있는 토종 중국 업체들과 맞서 승부를 펼쳐야 하는 중국시장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냉혹한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두렵게 알고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중국시장을 깊이 이해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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