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행정부와 백악관 보좌진에 대한 인선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흑인 실세 그룹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하버드 로스쿨이나 아이비리그(미 동부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엘리트인데다 나이는 40~50대에 불과하고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행정경험을 쌓은 이들도 있어 내년 초 출범할 미국의 새 행정부에서 실세그룹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오바마가 10년 넘게 흑인 실세그룹 인사들과 유대관계를 쌓아왔다면서 이들은 이제 전국적으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오바마가 시카고에서 정치경력을 쌓을 때부터 친구로 지냈던 ‘시카고 사단’과 하버드 로스쿨 동문으로 구성된 ‘하버드 클럽’,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 참여해 경력을 쌓았던 ‘워싱턴 커넥션’ 등으로 구분된다.
우선 시카고 사단으로는 시카고 소재 애리얼캐피털매니지먼트 설립자인 존 로저스(50)와 부동산 사업가인 마틴 네스비트(45), 발레리 재럿(51) 등을 꼽을 수 있다. 로저스는 수년 전부터 오바마와 친분을 쌓아오면서 선거운동기간 수십만달러를 모금한 자금모금책이었고, 사업가이자 변호사인 재럿은 지난 1990년대 시카고 시장의 부실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오바마의 약혼녀였던 미셸 로빈슨(지금의 미셸 오바마)을 시장 보좌역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친한 친구인 네스비트는 그동안 선거자금 모금과 자문역으로서 활동해왔다.
하버드 로스쿨도 흑인들의 권력기반을 넓히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버드 대학은 1968년부터 매년 30~40명의 흑인 학생들을 입학시켜왔다. 오바마의 선거자금 모금에 참여했던 데이비드 윌킨스 하버드 법대 교수는 2000년 흑인 동문이 전국적으로 1,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흑인 동문회를 조직했다. 오바마와 함께 학교에 다녔던 아터 데이비스 하원의원은 “하버드 로스쿨은 항상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를 배출해왔고 현재 흑인들은 그 네트워크의 일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많은 흑인들을 행정부나 백악관에 끌어들였던 클린턴 대통령 덕분에 워싱턴에서 일찌감치 행정경력을 쌓았던 흑인 관료들도 주목 받고 있다. 캐산드라 버츠 미국진보센터(CAP) 부소장, 에릭 홀더 전 법무부 부장관, 백악관외교안보 보좌관 물망에 올라 있는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 등이 이른바 워싱턴 커넥션의 멤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