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환율 1천원 붕괴에 산업계 '긴장'

수익성 악화 우려..대책 마련 부심…정유·항공·철강 등은 반사이익

원-달러 환율이 4일 장중에 1천원 밑으로 하락함에따라 국내 수출 주력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요 기업 대부분은 이미 올해 환율 하락을 예상, 기준환율을 1천원 안팎으로낮춰 잡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 당장 커다란 영향은 없지만 환율이 연초부터 급락세를 보인 데다 추가 하락 가능성마저 큰 것으로 전망되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며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환율의 영향을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수출업계 채산성 악화..대책 마련 부심 =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하락했었다"며 "지금은 원-달러 환율 하락 속에 원-엔 환율 하락까지 겹쳐 수출에 미치는 환율 불안 영향이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달러에 대한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수 밖에없어 수출물량이 줄어들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경영계획상 환율을 달러당 950-1천원으로 책정하고 있어 환율하락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원화 가치가 100원 절상될 때마다 2조원 안팎의 타격을 입게 되기때문에 원가 경쟁력 확보와 결제통화 다변화 등 대책을 통해 환율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달러화 채권의 경우 가능하면 빨리 팔고 부품은 달러화로 많이 매입하는등 달러화 자산 축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900원이 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950원으로 잡고 경영계획을 수립한 LG전자는 현재사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관리위원회에서 외환시장 모니터링과 헤징전략을 수립,매일 환율을 점검하고 있다. LG전자는 환율이 100원 하락할 때마다 4천억원 정도 이익에 영향을 받음에 따라결제통화 다변화, 매출채권 축소, 외화 지출 시기 조정 등 환리스크 증폭에 대한 시나리오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해온 인도,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생산거점 다원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기준환율을 작년 1천50원에서 올해 950원으로 크게 낮춰 잡는 등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대응책을 추진중이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미국 앨라배마공장 준공 등 제품의 현지화 전략을 확대하는한편 유럽 등 비(非) 달러 지역에 대한 수출 확대와 물량 우선 배정, RV 등 고수익성 모델 판매 확대 등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유로화 결제비중 확대와 달러표시 부채 비율의 적정 수준 유지 등을 통해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한편 사무 생산성 향상과 재고 감축 등을 통한 비용절감에도 나서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 경기가 좋은 데다 환헤징을 하고 있어 큰 영향은없지만 경기가 나빠지면 조선소가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으며, 두산중공업 관계자도 "원화 강세가 일단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원화 강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수주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 중소기업 환리스크에 무방비 =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대부분 환율에대한 인식이 낮고 환변동보험 가입 등 환율 변동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대체로 환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환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일부 수입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환율하락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산업용 보호테이프를 생산.수출하고 있는 ㈜케이비켐의 김규연 과장은 "최저 1천50원은 유지돼야 수익이 발생한다"면서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수출 물량을 조금씩 줄여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항공.정유업계는 환차익 기대 =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정유와 철강, 중공업계와 항공, 조선, 해운업계는 환율 하락에 대해 비교적 여유롭지만 환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경우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유업계는 환율 하락에 따라 원유 수입으로 인한 외화부채가 줄어드는 환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의 경우 작년 3.4분기까지 18억달러의 외화부채를 지고 있으며, 환율이 1원떨어지면 18억원의 환차익이 발생한다. 정유업계는 그러나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부문에서 환차손이 발생하는 부정적인효과도 있기 때문에 일단 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면서 향후 환율 변동추이 등 변화요인을 고려해 탄력적인 운영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평균 환율을 1천40원으로 잡은 포스코의 경우에도 원자재 수입의 경우 100%, 수출은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해 달러로 결재하고 있는 데다 수입이 수출보다 비중이 더 큰 만큼 원화 강세가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항공업계 역시 비행기 도입에 따라 많은 외화부채를 안고 있는 데다 수입은 원화쪽이 많고 지출은 달러쪽이 많은 구조로 돼 있어 최근의 환율하락으로 많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회사의 외화부채가 48억달러인데 원화가치가 10원 상승하면약 480억원의 이득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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