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韓美 FTA와 제너럴셔먼호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인 지난 1866년 조선이 미국 상선 제너럴 셔먼(General Sherman)호를 대동강에서 침몰시키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동강을 따라 평양부근까지 불법으로 올라와 강제로 통상을 요구하고 조선인 납치 등의 행위를 저지르다 대원군이 장악하고 있던 조선 조정의 지시를 받은 평양감사 박규수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셔먼호 사건은 엄청난 정치ㆍ외교적 파장을 잉태했다. 140년전 쇄국정책 빌미 제공 이 사건을 빌미로 아시아 팽창주의 정책을 추진하던 미국이 1871년 강화도 침공을 하는 신미양요로 이어지면서 조선 정부가 ‘서양 오랑캐’에 무조건적인 극도의 반감을 갖게 하는 결정적 환경이 빚어진 것이다. 이는 곧 대원군에 의해 당시 서울과 전국 각지에 척화비(斥和碑)를 세우는 등 쇄국정책을 단단히 하는 원인을 제공, 결과적으로 서양문물에 대한 늦은 개항을 야기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됐다. 세계 최대 경제강국이자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과 우리나라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각종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사실상 완전 폐지, 양국간 자유무역을 실현하기 위한 역사적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사실상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접촉하게 된 제너럴 셔먼호 사건이 발생한 지 꼭 140년 만에. 2004년 처음으로 칠레와 FTA를 맺은 후 우리나라는 현재 싱가포르ㆍ유럽자유무역연합과 FTA를 체결한 상태다. FTA 체결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협상에 전격 나섬으로써 FTA 흐름에 본격 합류한 것이다. 따라서 그만큼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제조업과 수출지향의 경제구조를 지닌 우리에게 미국과의 자유무역은 새로운 도약의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과의 FTA와는 달리 미국과 이뤄지는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교류와 함께 큰 장벽 없는 자본과 인력의 흐름 등은 우리 경제와 외교, 안보는 물론 사회 전반의 제도, 관행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전방위적으로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스탠더드를 조기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칫하면 모든 기준을 미국식 흐름에 맞추거나 따라가야만 하는 ‘신종속주의’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140년 전 제너럴 셔먼호는 우리에게 강력한 쇄국정책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오늘의 한미 FTA 협상은 우리가 다소 공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뭇 다르다. 그래서 어찌 보면 기대감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철저한 준비와 적극적 협상자세를 갖춘다면 양국간 FTA 체결이 우리 경제ㆍ사회 각 부문의 취약성 개선, 나아가 국제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변 상황에 쫓겨 수동적이고 비자발적으로 나서는 협상에 비한다면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봄 직하다. 그런데 스크린쿼터의 일방적 축소 선언과 같은 어설프고 아마추어 같은 협상 자세는 우리 정부가 과연 얼마만큼의 실리를 얻을지, 농산물 등 FTA 피해 분야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의 설득력 있는 양해 내지 보호장치를 얻어낼지에 회의를 갖게 하고 있다. 타결 기대속 일방적 수용은 안돼 한미 FTA 협상이 조속한 타결만을 목적으로 협상이 아닌 일방적 수용이나 포기로 이어진다면 국민들은 그 결과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단순히 경제적 효율만을 좇는 것만이 아니라 자주성을 확보하며 글로벌스탠더드 경제사회 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결과를 산출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 ‘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 서양 오랑캐가 쳐들어오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자는 것이니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곧 나라를 파는 것이다.) 흥선 대원군이 척화비에 새겨넣은 이 문구가 오늘의 국제환경에 전혀 맞지 않는 얘기이겠지만 그 속에 담긴 자주 정신만큼은 한번쯤 깊게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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