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개혁 미적거릴 틈없는데…

09/16(수) 17:37은행의 인력감축을 둘러싸고 빚어진 노사갈등은 금융계에 자칫 일촉즉발의 노사대란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9개 시중은행 행장단과 금융노련은 지난 14일 오후4시부터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 단체협상에 들어갔다. 쟁점은 금융감독위원회가 9개 은행에 지시한 작년말 대비, 40%의 인원(1만3,000명)을 연내에 줄이는 것이다. 밤을 꼬박 새웠으나 결론을 도출해 내지 못했다. 또 그렇게 쉽게 해법이 나올 수도 없는 사안이다. 일단 협상이 결렬되자 다음날인 15일 상오 9시께 행장들은 회의장을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노조측이 행장들을 가로막아 2시간 가량 붙잡아 놓은 것이 화근이 됐다. 결국 경찰력이 투입돼 노조측은 해산됐으나 이와관련, 금융노련 위원장 등 10명이 불구속 입건되고 36명은 즉심에 넘겨졌다. 금융노련은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거세게 반발, 단체협상의 향방도 안개속 국면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은행이나 노조나 감축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 범위와 시기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이다. 금감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의 1인당 영업이익은 1억3,000~1억4,000만원 수준이다. 금감위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오는 2000년까지는 선진 외국수준인 2억6,000만원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원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금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기업 할 것없이 모두가 구조조정의 태풍권안에 들어있다. 은행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사실 가장 강도 높게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할 곳이 은행이다. 정부가 은행에 대해 합병이나 외자유치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도록 강권(强勸)하는 것도 은행의 부실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해서다. 합병이나 외자유치의 전제도 바로 인원감축이다. 은행의 노사간 대립이 장기화 할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금융 상황과 맞물려 국내금융시장에 치명타도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의 투자발길이 주춤거리고 있다. 협상에는 상대가 있다. 주먹을 휘두르는 격투기와는 달리 머리를 회전시키는 싸움이다. 우리나라는 매사가 목소리 큰 쪽이 이기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사실은 지는 쪽이 목소리를 더 높일 때가 많다. 우리나라 노조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제국의 노조로부터 협상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외국투자가들이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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