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빛발한 '무티 리더십' 저실업·안정 성장 이끌며 독일무대 평정

■ 독일 총선 여당 압승… 메르켈 3선 <br>보수연합 20년 만에 최고 성과…과반엔 5석 부족<br>대연정 가능성 높아 사민당 내각참여 요구는 부담


“메르켈 개인이 거둔 눈부신 승리”(독일 시사 주간지 ‘디 차이트’)

현 집권 여당인 기독교민주당(CDU)ㆍ기독교사회당(CSU) 연합의 압승으로 끝난 독일 총선은 ‘무티(Muttiㆍ엄마) 리더십‘으로 상징되는 앙겔라 메르켈(59) 현 총리의 승리라고 평가된다. 메르켈은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동독 출신의 첫 통일독일 총리, 전후 최연소 총리에 이어 이번 승리로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 타이틀을 추가하게 된다.


메르켈은 지난 2005년 첫 취임 때만 해도 참신성을 강조했지만, 지난 8년간의 집권 기간 동안 세계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를 넘기면서 당파를 초월한 독일의 국가 지도자이자,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EU 회사의 회장’에 비유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메르켈이 이끈 CDUㆍCSU는 41.5%의 득표율로 전체 독일 연방 하원(bundestag) 630석 중 311석(49%)을 가져갔다. 이는 지난 1994년 총선에서 헬무트 콜 당시 총리가 기록한 41.5%(득표율) 이후 보수연합이 20년 만에 달성한 최고 성과다. 5석만 더 얻었다면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단독 과반도 가능했던 집권 여당의 이번 승리에 대해 메르켈은 “엄청난 결과(Super result)”라고 자평했다. 그녀의 말처럼 목사의 딸로 한때 동독 공산당 청년 조직에도 몸담았던 메르켈이 남성 중심인 보수정당을 이끌고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오른 데 이어 3선에 성공한 것은 놀라움 그 자체다.


지난 8년간의 임기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로존 재정위기 등 여러 난관에 부딪혔지만 긴축 중심의 대응으로 안정적 경제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유권자들로부터 보상을 받았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평가다. 특히 지난 2011년 불거진 그리스발 유로존 재정위기속에서 연정 내 불협화음을 잠재우면서 긴축 중심의 위기 극복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끈기 있게 밀어부치면서 주변국의 구제금융 기금 분담액 증액 요구를 효과적으로 방어함으로써 독일의 이익을 대변한 것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독일 경제가 유로존 재정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견고한 것은 메르켈 총리의 승리에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실업률이 통일 이후 최저 수준인 6.8%를 기록하고 있으며 물가는 안정됐고, 무역 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 규모다. 상반기 연방 정부, 기초자치단체, 사회보장보험의 수입과 지출을 결산한 결과 85억 유로의 흑자를 내는 등 재정도 건실하다.

바이에른 대학의 하인리히 오베로이터 정치학 교수는 “메르켈은 독일인으로 하여금 그녀가 어려운 시기 독일의 이익을 위해 서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메르켈은 끈기와 결단력으로 권력쟁취에 성공한 우파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비교된다. 그러나 강력한 노조를 분쇄하고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했던 대처와는 달리, 메르켈은 노조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무절제한 자본주의를 경계하며 사회적 시장주의를 지향하는 ‘따뜻한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3선에 성공한 메르켈 총리의 앞날이 모두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대연전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여당이 과반의석에 미달함에 따라 중도 우파 정당 연합과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ㆍ사민당)이 연합하는 ‘대연정’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이번 총선에서 사민당은 25.7%의 득표율로 192석을 확보, 제1야당의 위치를 유지했다.

다만 이 경우 사민당의 내각 참여 요구 등 메르켈로서도 높은 수준의 정치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특히 지난 1차 대연정 당시와 마찬가지로 사민당이 핵심 요직인 재무 장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서 메르켈과 대적했던 페어 슈타인브뤼크 사민당 총리 후보가 지난 1차 대연정 당시 재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


유병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