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삶 그리고] 30년간 온갖 위기 극복 의료기 전문업체 키워

김서곤 솔고바이오메디칼 회장…70년대초 창업-부도-재기-코스닥상장-2004년 구조조정<br>올 안정성장 기틀 마련…2010년 세계10대 업체 도약 야심



외과용 척추 임플란트 세트


“위기는 ‘위험한 기회’라고도 하지요. 지난 30여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한 번도 위기를 겁낸 적은 없었습니다.” 의료기기전문업체인 솔고바이오메디칼의 김서곤(67) 회장은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이다. 전남 화순 출신의 그는 6.25로 농사를 짓던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게 되면서 삶을 스스로 꾸려가야 하는 ‘개척자’로 변신했다. 유달리 머리가 좋아 전교 1등으로 군산의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가난 때문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청계천 주변에서 노숙생활을 하며 구두닦이, 공사판 노동 등으로 생활고를 해결해야 했다. 그래도 공부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가 4년여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모질게 마음을 먹었던 그는 62년 성균관대 법정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법’이라는 학문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던 그는 1년여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영업 전선에 본격 뛰어들면서 ‘사업가 김서곤’으로 탈바꿈했다. 봄과 여름에 헌 가마니를 헐 값에 사서 가을에 팔아 상당한 이윤을 챙겼고, 여기서 모은 돈으로 서울에 박스 공장을 차렸다가 쫄딱 망하기도 했다. 또 첫 아들이 태어났던 70년 겨울에는 생계를 위해 호떡 장사도 했다. 김 회장은 “사업을 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무작정 공사장으로 달려가 몇 달이고 막노동을 했다. 그야말로 돈 되는 거라면 안 해 본 게 없는 것 같다”며 회상했다. 김 회장의 의료기기와의 인연은 우연치 않게 찾아왔다. 지난 71년 종로 의료기기 판매상의 제품을 병의원에 납품하면서 의료기기의 유통경로를 알게 된 것. 그러다 우연히 청계천 헌 책방에서 ‘스테인리스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영문원서를 접한 것이 그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 그는 “사전을 찾아가며 책을 읽어내려 가면서 수술기구에는 스테인리스 ‘420J1’이라는 재료를 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 재료를 갖고 우리 손으로 수술기구를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직원 한 명만 두고 재료를 구해 칼이나 가위 등 단순한 외과 기구를 만들었지만 이후 사업이 번창하면서 74년 우일공업사로, 77년에는 솔고산업사로 사명을 변경하다가 2000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그러나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한창 사업이 잘 되던 70년대말 제품에 자신이 있어 자체 카탈로그를 만들었지만 ‘솔코(solco)’라는 브랜드를 외산으로 오해하고 물건을 샀던 병의원에서 거래를 거절했던 것. 결국 82년 부도를 맞아 20여일간 유치장 신세까지 져야 했다. 그러나 국내 외과용 수술기구 제작기술에서는 워낙 독보적이었기에 곧바로 재기, 86년 평택에 자가 공장을 설립하면서 대량 생산의 기틀을 마련했고 88년 올림픽 이후 생활수준이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가정용 의료기기(헬스케어) 시장에도 뛰어들면서 신산업 동력을 키워내고 있다. 그러다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2000년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김 회장은 의료장비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했으나 지난 2004년 업계 경영난 등으로 사상 최대 중소병원 부도라는 악재를 만나 어려움을 겪게 된 것. 340여명에 달하던 직원을 210여명 수준으로 줄이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고 적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 김 회장은 “주주의 이익을 너무 고려해 눈 앞의 성과에 급급하다 보면 경영자로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털어 놓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까지 구조조정의 후폭풍으로 지표상으로는 적자지만 올해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면서 ‘2010년 매출 1,000억원 달성’과 ‘세계 10대 의료기사업자’라는 비전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솔고바이어메디칼의 올해 경영 계획 -제조 넘어 영업·서비스 경쟁력 강화 외과용 수술기구 제조사로 출발한 솔고바이오메디칼은 현재 국내 병의원 90%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150여개 헬스케어 대리점을 거느린 의료기기전문업체다. 또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40여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등지에 지사를 두고 글로벌 운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경영방침은 ‘초(超) 제조기업-제조기업을 넘어서(Beyond Manufacturing)’로 정해 향후 영업, 서비스 등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맞춰 최근 기존 부서제를 폐지하고 업무 전문성에 초점을 맞춰 영업본부, 생산본부, 경영지원부, 중국사업본부 조직으로 개편했으며 각 사업본부에 신속한 의사 결정과 책임경영을 강조한 ‘총괄 사장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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