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외면한 이유

제2보(15~22)


이세돌의 고향은 비금도인데 비금(飛禽)은 날짐승이라는 뜻이다. 하기야 날개가 없는 길짐승은 섬을 드나들지 못했을 터이니 모든 섬은 날짐승의 낙원일 수밖에 없다. 이세돌은 비금 가운데서도 맹금(猛禽)인 매와 수리의 기질을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름이 다소 촌스러운 세돌(世乭)인지라 별명이 ‘쎈돌’로 거의 고착되었지만 필자는 그를 독수리로 부르고 싶다. 그는 10대 초반에 유달리 강인한 눈초리로 주목을 받았으며 필자도 그의 눈을 표범의 눈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독수리의 눈이 표범보다 오히려 더 표독스럽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다. 지금의 이세돌은 날개를 펴고 마음껏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모습이다. 흑17로 콩지에가 먼저 치고들어왔다. 이 수를 외면하고 백18로 전환한 것은 이세돌의 전투 감각이 절정 고수의 경지에 들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직접 대거리를 하자면 참고도1의 백1 정도인데 흑이 2에서 8까지로 실속을 챙기고 나면 백의 외세는 별로 쓸모가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어쩌면 흑은 참고도2의 흑4로 뛰어들어 백5면 아예 손을 빼고 대세점인 흑6을 점령할는지도 모른다. 좌하귀는 백이 7,9로 압박해 보아도 자체로 살아 있다. 소득이 불확실한 싸움은 벌이지 않는 것이 고수의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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