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기업 경영환경 급속 악화

유럽 경제성장률 둔화-달러가치 상승세 반전<br>최대수출시장 英·佛·獨등 구매력 떨어지고<br>유로가치 하락으로 제품 경쟁력도 나빠져


미국 기업들이 최대 수출시장인 유럽연합(EU)의 경제 성장률 둔화와 달러가치 상승전환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경기부진으로 미국 제품 구매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다 달러가치도 유로에 대해 강세로 돌아서면서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월가(街) 금융 전문가들은 올 들어 다우존스 지수가 4%, 나스닥 지수가 8% 이상 하락하는 등 뉴욕 주식시장이 장기간의 침체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선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EU의 경제회복이 지지부진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실제 영국의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나 감소했고, 프랑스는 실업률이 10.1%로 증가하고 제조업 신뢰도는 18개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독일 역시 실업률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12.1%로 상승했고, 기업 신뢰지수도 1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미국의 거대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수출규모와 실적 면에서는 여전히 유럽지역이 미국 기업들의 최대 시장인 점을 감안하면 EU의 경기부진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저하로 직결된다. 미국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금액 중 유럽비중은 52%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24%)보다 2배가 넘는다. 지난해의 경우 독일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2003년보다 47% 증가한 7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도 45% 급증한 63억달러를 거두어들였다. 중국과 인도시장에서 각각 35억달러, 8억달러의 실적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달러가치도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달러약세로 미국 상장기업들은 두자리수 이상의 순익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달러가 EU 등 주요 경쟁 통화에 대해 가치가 절상되면서 기업들의 제품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올 들어 달러가치는 영국 파운드에 대해서는 2.51%, 캐나다 달러에 비해서는 4.03% 평가 절상됐으며, 유로에 대해서는 5.96%나 상승했다. 이처럼 유로지역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EU 경기회복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국제 투자자본이 달러매수를 선호하고 있고, 특히 이들 지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유로통화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주 총선에서 노동당이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토니 블레어 총리에 대한 지지기반이 급격히 약화되면서 정치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고, 이탈리아도 실비오 바르수코니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이 와해의 위기에 몰려있다. 프랑스는 오는 29일 유럽헌법 찬반투표를 놓고 정국혼란 양상마저 초래되고 있고, 캐나다의 집권 자유당도 뇌물 스캔들로 정국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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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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