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아베 선생은 답하라

지난해 3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의원을 모시고 대변인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그때 우리 방문단은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 장관을 만났다. 물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만나는 일이 중요했지만 차기 총리를 만나는 것도 한일간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중요한 일정 중 하나였다. 각설하고 아베 선생이 총리가 되면 전후 세대로서 좀더 쉽게 과거를 반성하고 한일ㆍ한중 관계나 세계 무대에서 신선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시 한일관계는 양국 지도자들이 이른바 ‘내부 결속용’으로 서로 초점을 달리하며 팽팽하게 자기 주장만 하면서 한치의 양보나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물론 우리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인 일본의 전향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박 전 대표는 두 나라의 후손들을 위해서도 피해자인 우리 입장을 생각해 일본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아베 선생이 총리가 되고 나서 우리는 오히려 과거보다 더 실망하고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일본이 전쟁 중에 현지 여성은 물론 조선 여성을 강제 납치해 성적 노리개인 ‘군 위안부’로 삼는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질렀음은 세계가 다 알고 있다. 기록이 말하고 있고, 사진이 증명하고 있고, 당시 복역했던 노병이 증언하고, 비당사국들이 분노하고 있는데도 아베는 전임 총리들과 다르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꽉 막힌 자세를 보이고 있으니 답답하다. 나는 최근 국내 뉴스에서 악명 높은 731부대에서 근무했다는 한 위생병의 증언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아이가 울고 있는 앞에서 엄마를 생체 해부했다는 증언이 사실일진대 어떻게 그들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만행을 개인적 범죄로 저지른 것이 아니라 아닌 국가의 통제를 받는 군 조직에서 공공연히 저지른 것이다. 전후세대인 아베 선생은 총리 자격으로 분명히 말해야 한다. 과거 일본은 침략전쟁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며 그 과정에서 저지른 모든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아직 살아 있는 그 모진 피해자들을 흡족하게 위로해야 한다. 아베 선생! 그런 일본이, 아니 당신이 어떻게 ‘몇 명’의 일본인이 납치된 데 대해 그렇게 집요하게 분노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초선 의원의 이 질문을 보게 되거든 분명하게 대답해보시라. ‘납치’ 그 자체는 우리도 용서할 수 없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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