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가 부족한데 1억원 전액을 대출받으려면 펀드에 1,000만원은 가입해야 합니다.”
경기도 반월공단의 공장부지를 담보로 운영자금을 대출받으려던 김성호(45) 사장은 올해 초 울며 겨자 먹기로 1,000만원을 해외펀드에 가입해야 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펀드 가입을 조건으로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고객에게 대출을 해오다가 금융감독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대출을 조건으로 펀드를 판매한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외환ㆍ제일ㆍ씨티은행 등 7개 시중은행과 1개 지방은행의 임직원들에 대해 문책 조치를 했다고 28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3개월 동안 은행들의 펀드 판매에 대한 특별검사를 벌여 8개 은행, 157개 지점에서 358건의 펀드 꺾기 사례를 적발했다.
펀드 가입을 강요받은 대출 고객은 총 297명, 펀드 가입 금액은 20억원으로 고객 1인당 600만원 이상을 강제로 펀드에 가입한 셈이다.
김진수 금감원 은행검사1팀장은 “은행들이 과거에는 대출을 대가로 예ㆍ적금 가입을 강요했지만 최근에는 수수료 수입이 많은 펀드 판매를 강요하는 추세”라며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대출자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은행이 대출금액의 10%가량을 펀드에 가입하도록 강요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실제 펀드 꺾기 사례는 적발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김대평 금감원 부원장은 “펀드 판매 수수료를 받기 위한 경쟁이 붙으면서 고객에게 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으로부터 재발 방지를 위한 확약서를 받고 앞으로도 중점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5월부터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펀드 판매 실태에 대한 검사를 벌여 원금 손실 가능성 등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실을 적발하고 개선 명령을 내리거나 제재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