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청계천 광장에 '소통의 박스'

공공미술 프로젝트 '있잖아요…' 설치<br>예술 작품을 통한 사람들의 만남 꾀해

미술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을 꾀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청계천광장, 있잖아요..'

서울의 심장부 청계천 광장에 커다란 상자 하나가 나타났다. 불투명한 거울 같은 표면의 알루미늄 박스는 폭 1.2m로 사람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누군가 문을 열고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문이 닫히자 안에서 반짝 불이 들어온다. 덕분에 들어간 사람의 실루엣이 투명하게 밖으로 드러난다. 그는 혼잣말을 시작한다. "있잖아요, 제가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그의 독백은 마이크를 통해 밖으로 퍼져나왔다. 그의 감정과 생각이 광장의 대중과 만나는 순간이다. 이 의문의 상자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설치된 작가 양수인의 작품 '있잖아요…'이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소마미술관, 아르코미술관이 협력한 '뮤지움 링크-있잖아요 공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7일 오후에 설치됐다. 지난해부터 이들 3개 미술관은 서울이라는 주제로 각자의 색깔을 담은 전시를 기획하는 동시에 '청계천'을 주제로 미술과 대중ㆍ도시의 소통을 꾀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각 미술관 큐레이터의 제안 및 내ㆍ외부 심사를 거쳐 양수인 작가의 작품이 선정됐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인 양 작가는 발언하고 대꾸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을 통해 예술을 통해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가에 관한 실험을 시도했다. 역사적으로 광장이란 서로 소통하는 열린 공간임에도 어느 순간 그 같은 기능을 상실한 점에 주목한 것. 혼자 말하는 자기의 독백이 밖으로 퍼져 공유하고 또 대화를 이어가게 하는 '댓글 잇기'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이 안에서는 사랑의 고백이 흘러나올 수도, 정치적인 주장이 오갈 수도 있다. 이지호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슈가 오가는 소통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을 더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10월23일까지 매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작동한다. 불이 들어오는 구조라 한낮보다는 저녁이 더 아름답고, 소통에 귀 기울이기에도 밤이 더 분위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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