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지키기만으론 부족

제5보(65∼84)



흑65로 힘차게 밀어올린 이 수를 보고 홍성지8단은 거듭 찬탄을 했다. 천하를 호령하는 대세점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흑이 우상귀를 한 수 지키는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놓이고 보니 이 수가 정말 좋은 수로군요. 고수의 감각이 물씬 풍깁니다."(홍성지) 왕시는 여기서 10분 가까이 고심했다. 흑65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을 참고도1의 백1로 젖혀 주는 것은 흑의 주문에 말려드는 길이다. 흑은 2, 4로 두텁게 정비하여 대만족일 것이다. 이 방면의 흑이 두터워지면 상대적으로 백의 좌변이 엷어진다. "그냥 좌변을 정직하게 키우는 것은 어떨까?"(필자) 필자가 참고도2의 백1을 제시하자 홍성지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흑2, 4의 수순으로 패가 나면 우변의 백진이 초토화할 것이므로 백이 가망없다는 설명이었다. 왕시도 그렇게 판단했는지 백68, 70으로 중원의 주도권을 움켜쥐겠다는 태세로 나왔다. 백72를 보고 필자가 홍성지8단에게 물었다. "두텁긴 하지만 좌변의 흑73이 너무도 빤하지 않은가. 차라리 좌변을 키우는 쪽이 나은 작전 아니었을까?"(필자) "아닙니다. 실전보의 백72는 고수의 감각입니다. 좌변을 정직하게 지켜서는 어차피 모자랍니다. 백72로 두텁게 지켜놓고서 좌변에 흑이 쳐들어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아요. 쳐들어온 흑을 공격하면서 뭔가 변수를 강구할 예정이지요. 이게 고수들이 백으로 둘 때 쓰는 작전입니다."(홍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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