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사태와 이상 기후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신흥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아시아 통화 강세 압력에 따른 '원화강세', 즉, '3고현상'으로 이머징 마켓에 대한 글로벌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글로벌 자금의 이머징 마켓 유입 속도 둔화로 과거 한국 주식시장에서 2009년에는 30조원, 2010년에는 21조원의 순매수를 했던 외국인은 올해 2조6,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주식시장 이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투자자들이 외국인의 수급상황에 주목하는 이유는 외국인의 집중력과 대규모 물량으로 수급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외국인 매매와 주식시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오해가 커지고 있다.
우선 외국인이 사야만 코스피가 상승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다. 최근 외국인 순매도로 인해 투자심리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인이 매도세를 이어간다고 해서 지수 조정이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과거 2004년도 중반 이후 2007년 KOSPI의 장기 상승세가 나타났던 3년 동안 외국인은 한국 주식 시장에서 지속적인 순매도를 기록했다. 당시 수급의 주요 축이 국내 유동성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에도 외국인에 대한 우려보다 자문형 랩 등 국내 유동성의 증가 여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인만 따라 하면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심리도 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도 투자규모가 커지고 스마트 머니가 많아지면서 '외국인 따라 하기'와 같은 단순 투자 형태는 많이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하나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외국인의 수익률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 상승 구간에서 순매수 상위 30종목을 대상으로 순매수 량과 금액을 통해 평균 단가와 종목별 비중을 계산하여 투자자 별 수익률을 추정해 본 결과, 외국인 투자자보다는 국내 기관의 수익률이 더 우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펀드는 글로벌 자산배분 및 국가별 비중 조절 계획 따라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며 MSCI, FTSE와 같은 글로벌 인덱스를 벤치마크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한국관련 4대 글로벌 펀드(GEM, Asia Ex-Japan, Pacific, International) 및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 내 상장지수펀드(ETF)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외국인의 매매는 어떤 특정 종목에 국한되기보다는 지수 추종 형태의 움직임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은 종목별 수익률 극대화 보다는 한국 시장 전체의 흐름을 따라가는 매매 형태가 나타나며 종목별 수익률의 극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
외국인이 환율을 보고 산다는 편견도 있다. 시장을 전망하면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으면서도 가장 오해가 깊은 부분이 원ㆍ달러 환율과 외국인 주식매매간의 상관관계로 생각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외국인 투자자는 환율의 방향성 보다는 변동성에 더욱 민감하다. 외국인은 한국의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이지 환율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며 환차익은 부수적인 이익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사실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한다는 것(=평가절상)은 한국이 여타 국가에 비해 대외 신인도가 높아진다는 의미이며, 한국의 거시 펀더멘털과 기업 채산성이 향상된다는 의미여서 주식을 포함한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외국인의 매매는 주식시장의 큰 그림을 보는데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이며 시장을 움직이는 절대적인 요인으로 확대해석 하지는 말아야 한다. 또한 현재 외국인의 수급상황을 참고할 때에도 현재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만을 볼 것이 아니라 ▦우선 외국인 자금의 성격을 정의하는 것과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가에 대해 점검하고 ▦외국인이 살만한 종목, 즉, 밸류에이션과 기업이익 전망 등으로 종목을 선별하는 것이 외국인의 수급을 참고하는 투자에 있어서 가장 근접한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