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개편과 대외신용도/어윤대 고려대 경영대학원장(시론)

우리 경제는 돌아가고 있는듯 하지만 불안감은 점점 죄어오고 있다. 연이은 기업도산으로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은행들은 중앙은행의 특융이 없으면 유동성의 결핍으로 언제 지불불능 상태가 올지 모르고 종합금융회사를 위시한 제2금융권도 계속되는 기업부도와 투자자산의 부실화로 오늘 내일 문을 닫을 수도 있는 형편이다.이웃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토지전담 금융기관이 붕괴되고, 60개가 넘는 금융회사가 일시에 퇴출한 태국 경제가 남의 얘기같지 않은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에 진출하고 있는 어떤 컨설팅 회사의 대표는 머지않아 한국금융기관의 반이 M&A(흡수합병)와 같은 수단을 통해 통폐합되는 대구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토지가 폭등, 임금상승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타인자본 위주의 재무구조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분석되어 왔다. 앞으로 재도약을 위해선 구조 변경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선 경제 성장속도를 늦추면서 거품을 빼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 일치가 되어가고 있다. 부동산 값은 선진국의 몇배 수준이고 임금은 국민소득이 2배인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고, 금리수준은 경쟁국인 대만과 일본에 비해 각각 2배, 5배수준이니 기업경영이 제대로 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케 경제성장은 계속되어 왔으나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성장경제의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기업이나 국민들이 쇼킹할 만한 경제구조 변화가 없으면 타성에서 빠져나올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2∼3%의 경제성장이 2∼3연 계속되어도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개방경제 체제를 갖고 있는 우리 경제의 내부 구조변화 과정을 밖에서 그냥 지나가는 일로 두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고 있다. 국내에서 선의의 구조개혁 조짐이 시작됐지만 해외에서 보기에는 멕시코와 태국에서 경험한 외환위기 사태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한국의 경제가 근본적으로 이들 국가와는 다르고 건전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GNP의 4%나 되는 경상수지 적자가 몇년째 계속되고 단기부채에 의존하고 있는 해외진출 한국금융기관들이 매일 매일 자금조달을 위해서 아우성 치고 있으니 두렵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부실여신이 총자산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표한 은행들의 불건전성 비율은 5%를 넘고 미국은행 기준으로 환산하면 비정상 여신 비율이 10%도 넘는다는 사실들이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한국 경제운용의 단기과제는 필요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어떻게 외국에서 오는 충격을 완화시키면서 촉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구조개혁의 핵심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4백%가 넘는 타인자본 의존형 기업재무구조의 개선,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다각화식 확장전략의 변경, 비탄력적인 노동시장 구조에서의 탈피, 근시안적인 정부 규제정책의 철폐, 외화자금구조의 장기화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기업도산, 금융기관의 자금 경색화는 탄력적인 통화정책으로 수용해야 될 것이다. 너무 경직적이고 원칙적인 경제운용은 단기적인 경제 충격을 흡수할 수 없을 수도 있고 외국투자가들이나 금융기관들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S&P사나 무디스사같은 신용평가 기관은 한국의 신용평가를 하향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우리 기업이나 은행의 자금조달 코스트가 40베이시스 포인트(0.4%)나 올랐다. 심지어 한국의 어떤 은행에 대한 하루짜리 콜자금은 2백베이시스 포인트까지 가고 있다. 금융위기라고 우리들이 나서서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만 외화자금조달에 나선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분위기는 1970년대초 1차 오일쇼크 이후와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단기적으로 유연성을 갖고 통화당국이나 정부가 대처해 나가야 되겠지만 궁극적으로 일본이나 대만과 같이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길밖에 없다. 외환위기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이제 한두번이 아니니 근본적으로 무역수지, 서비스수지 흑자기조를 위한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되겠다. 금융기관의 구조변경도 피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정이며 앞으로 2∼3년 동안 진통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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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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