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먼지털이

수신제가(修身齊家)에 힘 쓰라고 했다.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는 그 다음의 일이라고 했다. 덕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일이 군자가 나아갈 길이며 나랏일을 맡고 안맡고는 그런 연후에 정할 일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수신제가에는 끝이 없다. 한평생을 다 바치고서도 수신제가 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역사는 수신제가하지 못한 사람이 치국평천하한 사례를 수없이 기록하고 있다. 과거에만 그리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도 그러하다. 수신제가를 현대적 의미로 풀어보면 첫째로 도덕적 기준에 비추어 적어도 남의 손가락질은 안받을 정도의 인격을 갖추어야함을 뜻한다. 청렴 신의 겸양 등 온갖 덕목을 다 갖추어야함은 물론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도 이에 포함된다. 둘째로 과거와 현재에 걸쳐 시효에 상관없이 법을 어긴 전력이 없어야 한다. 이 첫번째와 두번째 조건은 본인은 물론 직계가족에게도 미친다. 세번째로는 그가 속한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과 캐리어가 갖추어져야 한다. 굶주리는 실패자를 수신제가 했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수신제가 이처럼 어려우니 나랏일을 맡는 사람 가운데 수신제가 하지못한 사람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 나랏일도 옛날과는 달리 그 범위가 크게 넓어져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는 동네일을 맡아보는 사람에게까지 이른다 . 뿐만 아니라 나랏일은 이른바 민간의 영역에까지 파고든다. 사람을 고용하고 임금을 지불하며 세금을 내는 일은 비록 민간이 맡고 있다하나 그 공공성에 비추어 나랏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내 한몸을 단속하면 족했던 옛날의 수신제가는 사라지고 지금의 수신제가에는 「국민된 도리」가 포함된다. 언론매체의 경영도 그 예외는 아니다. 수신제가가 이렇게 너 나 없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은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털어봐도 먼지 안나는 사람에게만 공사(公事)를 맡겨야한다면 그런 사람을 찾기가 지극히 어려울것이다. 또 먼지 털이는 누가 누구를 얼마나 세게 터느냐에 따라 그 취지나 영향이 달라지는것이 자명하기는 한데 쌓인 먼지를 털겠다는 것을 말릴 도리도 없다. 개인으로서 몸과 이름을 어떻게 온전하게 지킬것인가, 또 쌓인 먼지를 어떻게 현명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털어낼 것인가를 지금 시험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