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칼럼으로 본 박승 한은총재 내정자박승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는 지난해 1월부터 매주 월요일 서울경제신문에 게재되는 송현칼럼을 통해 경제ㆍ사회 현상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피력해 왔다. 박 총재 내정자는 거시경제 뿐 아니라 교육, 부동산, 남북협력 문제 등에 대해서도 깊이 있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흔히 경제성장론자로 알려져 있다.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제발전론ㆍ한국경제정책론ㆍ한국경제성장론 등의 저서를 통해 성장중시론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8년 "10%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박 총재 내정자는 최근 들어 성장론에 매달리기 보다는 탄력적인 경제관을 제시해 왔다. 그는 지난해 8월 송현칼럼을 통해 "재정정책 등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기 보다는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수출 증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기확대 정책을 통해 성장률을 더 높이려 하면 정책효과는 낮고 부작용은 크다"며 "우리 경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은 기업 구조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즉 무작정 경제성장에 매달리기 보다는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현대 경제사를 '압축 발전 및 압축 개혁'으로 규정하면서 "압축적 발전 및 개혁은 후발국에 있어서 바람직한 발전모형"이라고 밝혔다.
올 1월 기고에서 "우리 경제의 역동성은 발전과정의 압축성에 있다"며 "선진국들이 150~200년만에 이룬 산업화를 반세기만에 성취하는 과정에서 불균형, 사회적 갈등 등 여러 부작용이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압축적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압축적 개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개혁환경의 조성과 시행을 동시에 병행해 나가는 것이 압축적 개혁"이라고 밝혔다.
박 총재 내정자는 남북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통일에 대비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이나 산업시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현재 동남아나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는 산업시설을 북쪽으로 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지원 확대를 통해 기술격차를 좁혀야 통일 후 빚어질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부동산 문제도 그의 관심을 비껴가지 않는다. 그는 "대학입학제도를 대학의 자율에 맡기되 고등학교 내신성적 반영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등학교간의 학력 차이는 선천적 잠재력의 차이가 아니라 후천적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대학입학 시 내신성적의 반영 비율이 최소한 30% 이상으로 늘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 집중 및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 및 고용기회의 지역적 분산, 수도권 등 대도시와 지방에 대한 차별적 세율 적용, 교육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박 총재 내정자는 관계와 학계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뉴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61년 한국은행에 입행, 76년까지 15년간 근무했으며 이어 중앙대학교로 옮겨 86년까지 교직에 몸담았다. 학계에서는 경제발전론 분야의 탁월한 이론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저서로는 경제발전론, 한국경제정책론, 한국경제성장론 등이 있다.
지난 86년 금융통화위원을 지냈고 88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에 이어 같은 해 건설부 장관을 맡아 당시 200만가구 주택건설사업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5개 신도시 건설에서 분당ㆍ평촌ㆍ중동ㆍ산본 이외 한강 이북에도 신도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일산신도시가 포함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후 분양가 자율화 발언으로 주택가격 폭등을 유발한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후 주택공사 이사장, 교통개발원 이사장, 한국경제학회장을 거쳐 작년부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88년 건설부장관 재직 당시 국회 국정감사 질의에 대해 직접 메모한 내용으로 즉석에서 답변할 정도로 매사를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며 업무 추진력도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