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 지음,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를 지배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국가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하는 사상. 그러나 우리 현대사를 되짚어 보면 자유주의의 본질과 괴리가 대단히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승만의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을 가장 우선시했고, 박정희의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의무와 책임'을 앞세웠다. 당연히 개인의 자유는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두 독재자는 이를 한국형 민주주의로 호도했다.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이러한 한국식 자유주의를 비판한 책이다. 저자 이나미씨(고려대 강사)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주의자들이 자유를 외치고 있다"며 이 땅에 진정한 자유주의가 존재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왜곡은 비단 한국적 현상만은 아니다. 저자는 자유주의가 "봉건제와 절대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자유 평등의 인간상과 합리주의를 계승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산과 교양을 지표로 빈곤한 계급을 정치과정에서 제외시키고 자산가 계급에 봉사한다는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브리태니커 사전의 설명에 동조한다.
자유주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진 자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다.
책은 "자유주의자들이 정치적 자유를 부르짖는 경우는 그들의 재산권이 위협받을 때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주의가 등장한 계기 자체가 유산자 계급이 자신의 재산권을 법적, 정치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나오는 태생적 한계임을 강조한 말이다.
가진 자들의 자유 추구는 사회에서 가혹한 폭력으로 작동한다. 자유주의자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자유 행위는 필연적으로 노동 대중의 재산권 억제와 민권 제한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결론. "자유주의가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는 매우 소중한 것이므로 적극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그것을 방치하므로 개인의 자유를 적극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자유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이 우리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