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체내 줄기세포를 약물로 손쉽게 채취해 중증 심근경색 치료에 사용하는 데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김효수ㆍ이명묵 교수팀은 중증 심근경색증 환자 26명에게 동아제약이 만든 유전자재조합 백혈구증식인자(G-CSF)를 주사한 뒤 말초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채집해 심근경색 환자의 관상동맥에 투여한 결과, 모든 환자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5일 밝혔다.
특히 치료 6개월이 지나 심혈관조영술 등의 검사를 실시한 7명의 경우, 심장수축 기능이 크게 좋아졌으며 괴사된 심근부위의 미세혈류가 정상 수준으로 개선돼 조깅이나 빠른 수영도 가능했다고 의료진은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 치료법은 가슴절개, 골수채취 등 수술적 줄기세포 이식법의 단점을 크게 개선했고 부작용ㆍ효능에 대한 검증이 끝난 약물을 투여,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식할 수 있다”며 “국산 의약품의 효능을 확인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치료법은 골수가 아닌 말초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이 거의 없다. 채취한 줄기세포를 심근이 아닌 관상동맥에 주입, 부정맥ㆍ출혈ㆍ심장천공 등의 위험도 최소화했다.
이 치료법은 미국ㆍ유럽에서도 이제 막 시험적 치료가 진행 중인 상태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미국심장학회 연례회의에 처음 발표돼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심장혈관계 최고 권위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논문이 실렸다. 오는 3월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G-CSF는 인체에서 소량 분비되는 백혈구 생성촉진 단백질로 백혈병ㆍ악성빈혈, 골수이식ㆍ화학요법 등에 따른 백혈구 감소로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투여된다.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이 막혀 피를 공급받지 못한 심장근육이 죽어가는 병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