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월드컵 대표팀에 박수를

전세계가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다.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360억명이 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한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참가하는 것 자체가 국가의 영예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또한 국민적 일체감을 조성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인류의 대공연’이라 할 것이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장엄한 공연을 통해 이기고 지는 팀이 하나씩 가려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승패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베이징 주재관 시절, 자주 마시던 술 중에 소호도선(小糊塗仙)이라는 술이 있었다. 그 술병에는 ‘총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리석기는 더욱 어렵다(聰明難 糊塗更難)’는 말이 써 있었다. 자구(字句)를 해석해가며 술로 인해 흐리멍덩해진 인간을 신선이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의미가 희미하게 떠오르면서는 술을 마시며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식견에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총명하기도 어렵지만 어리석기가 정말 더 어렵고 귀중할 수가 있다.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잘 정리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빠른 기간 내에 앞서간 나라들을 따라잡아 성공 신화 창조의 주역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빠른 것보다도, 따라잡는 것보다도 천천히 어리석음을 벗어나기 위해 남보다 더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월드컵에서 승리하기도 어렵지만 정말로 더 어려운 것은 패배로 인한 국민적 실망과 비난을 감수하며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겪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 대표팀은 토고를 2대1로 역전승한 데 이어 1대1로 강호 프랑스와 무승부를 이루는 쾌거를 이뤘다. 이로써 아시아 지역의 확실한 희망이 됐으며 홈그라운드 이외의 장소에서도 승리함으로써 진정한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선전한 우리 대표팀의 노고에 힘찬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어깨 위에 걸쳐졌을 부담의 무게를 위로해주고 싶다. 승리보다 더 어려운 것이 국민적 기대요, 시선이었음을 우리는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호도선이나 한잔하면서 다음 스위스전을 응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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