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적인 유연성과 부력, 탁월한 폐활량과 지구력, 승부욕, 담대함…. 박태환(18ㆍ경기고3)이 갖춘 ‘수영천재’로서의 조건들이다.
25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펼쳐진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은 자신의 진가를 그대로 발휘하며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날 오전 벌어진 예선에서 2위로 결승에 올라 5번 레인을 배정받은 박태환은 8명 중 가장 빠른 스타트 반응을 보이며 힘차게 물에 뛰어들었다. 레이스는 쉽지 않았다. 100m 턴을 했을 때 박태환은 피터 밴더케이(미국), 그랜트 해켓(호주), 우사마 멜루리(튀니지)에 밀려 4위로 처졌다. 300m 지점에서는 5위, 350m 지점까지도 4위에 그쳐 메달은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박태환은 마지막 턴을 한 뒤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갔고 골인을 20여m 앞두고 마침내 선두로 올라섰다. 아껴뒀던 뒷심을 뿜어낸 박태환은 2위 멜루리에 0.82초로 여유 있게 앞서며 터치패드를 찍었다. 기록은 3분44초30으로 지난해 8월 범태평양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3분45초72의 아시아신기록을 1.42초 앞당겼다.
박태환은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 직후 체력이 소진됐고 한달가량 운동을 하지 않았다. 지난 3개월간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한 계기는 후원계약과 맹훈련.
지난 1월 수영용품 전문 브랜드 ‘스피도’와 후원계약을 맺으면서 전담팀이 꾸려졌고 최상의 환경에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박석기 전 대한수영연맹 감독과 훈련 파트너, 웨이트트레이너, 물리치료사 등 ‘박태환 팀’이 꾸려졌다.
훈련은 체계적으로 짜여졌다. 처음 괌에서 실시한 2주 동안은 지구력 끌어올리기에 초점을 맞춰 하루 평균 1만5,000m를 헤엄치는 맹훈련을 했다. 대회 개최지인 멜버른으로 훈련지를 옮긴 박태환은 본격 스피드훈련에 돌입, 결국 아시안게임 직전 수준까지 기량을 회복해 마침내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다.
박태환은 “우상으로 삼아왔던 해켓과 함께 경기를 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데 이길 수 있어서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면서 “베이징올림픽 전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