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턴스ㆍ패니매 등 미국에서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열리는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기획재정부ㆍ한국은행ㆍ금융위원회 등 국내 금융감독당국 고위 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인 이 회의는 겉으로 보면 화려하지만 속은 어쩐지 허전하다. 회의 참석 전에 관련 국내외 금융정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되다 보니 제대로 된 논의가 쉽지 않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해서야 비로소 정보가 공유되는 게 현실이다. 그전까지는 각 부처가 자기들끼리의 정보만 겨우 알고 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새 정부 들어 단행된 조직개편으로 금융정보 간 단절의 벽이 더 높아졌고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서도 원활한 정보 교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금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도 미국과 같은 ‘연방검사협의회(FFIEC)’가 구성돼야 할 시점”이라며 “금융정보 독점에 따른 폐단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MB 조직개편, 높아지는 정보 단절의 벽=MB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부 조직 개편은 금융감독 측면에서 봤을 때 위태롭기 그지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옛 재정경제부는 국내외 금융을 총괄했으나 기획재정부로 바뀌면서 국제금융만 맡고 있다. 따라서 옛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감위가 합쳐 탄생한 금융위는 국내 금융만 책임질 뿐 국제금융에 대해서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감독이 이처럼 양분된 것은 세계 그 어느 다른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기형적인 체제”라고 설명했다. 걱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분리됐고 금감원이 금융위 지원기관으로 분류돼 있지만 양 기관은 아직까지도 정보 공유를 놓고 실랑이를 계속하고 있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위가 금감원을 설득, 금감원만 접속 가능한 금융감독정보시스템(ISIS)을 금융위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에다 예금자 보호를 담당하는 예금보험공사와 금감원 간에는 자료가 제때 공유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이 거의 개선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재정부와 한은 간의 금융정보 공유도 신통치 않다. 새 정부 조직 개편 이후 각 금융감독기관 간 정보 공유의 벽은 더 높아졌고, 이에 따라 사전 위기 예방과 위기 발생 시 효율적 대응도 제대로 가동될지 의문시된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미 연방검사협의회는 어떻게 운영되나=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간의 금융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못한 것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며 “새 정부 들어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예전보다 금융정보를 공유하는 게 더 어려워진 점은 인정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재정부ㆍ한은ㆍ금융위ㆍ금감원ㆍ예보 등 5개 금융기관 협의체 구성에 나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정보 공유를 통한 효율적 시장 감시와 금융당국 분산으로 은행 등 피수감기관을 상대로 늘고 있는 공동검사와 중복자료 요구도 협의체를 통해 해결해보자는 취지도 담고 있다. 정부가 현재 모델로 고려 중인 것은 미국의 FFIEC다. 미국은 금융당국의 정보 독점을 막고 원활한 정보 교환을 위해 지난 1979년 3월 ‘금융기관 규제 및 금리제한법’에 의거, FFIEC를 설립했다. FFIEC에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ㆍ연방준비은행(FRB)ㆍ통화감독청(OCC)ㆍ저축기관감독청(OTS)ㆍ신용조합감독청(NCUA) 등 내로라하는 5개 감독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FFIEC 산하에는 6개의 상설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여러 사안을 검토 논의하며 이중 정보공유 TF는 데이터의 효율적 공유를 위한 기술 지원과 데이터 정확성 및 일관성 등을 맡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자본은 국적 없이 국경을 넘나들며 금융시장을 휘젓고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정보 독점은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킨다”며 “조직개편 등으로 인해 금융당국 간 협의체는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