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전시장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미국 최대 가전회사인 월풀이 업계 3위의 메이택을 인수,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가전회사로 부상한 것. 월풀은 메이택과의 합병으로 미국 가전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일부 제품의 경우 점유율이 70%에 달해 정부의 엄격한 반독점 승인과정을 남겨놓고는 있지만 월가(街) 분석가들은 승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메이택 이사회는 월풀이 제안한 16억8,000만 달러(주당 21달러)의 인수제안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월풀은 인수대금으로 현금과 주식 절반씩 지급하기로 했으며, 메이택의 채무 9억9,700만달러도 떠안기로 했다. 월풀보다 먼저 인수 협상을 전개했던 사모펀드 리플우드홀딩스에게는 메이택을 대신해 계약 파기금 4,0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백색가전 공룡탄생= 월풀과 메이택이 이날 인수합의서에 공식 조인함에 따라 백색가전 공룡이 탄생하게 됐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미국 백색가전 시장의 점유율을 월풀ㆍ메이택이 50%, 제너럴일렉트릭(GE)이 26%,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20%로 분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이택과의 합병으로 월풀은 매출규모가 1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 매출규모 1위인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의 164억 달러를 능가하는 것이다. 이처럼 월풀이 인수가격을 매번 올려가면서 리플우드와 중국의 하이얼을 제치고 메이택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최근 거세지고 있는 아시아 경쟁업체의 추격을 물리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하이얼 등 아시아 기업들은 창의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앞세우고 베스트바이ㆍ서킷시티 등 미국 주요 유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월풀과 GE가 장악했던 미국 가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후버’‘젠에어’등의 브랜드로 미국 3위 가전회사로 부상했던 메이택이 지난해 거의 10년 만에 적자를 낸 이후 월스트리트 금융시장에 대형 매물로 나오게 된 것도 아시아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반독점 승인 낙관 분위기= 양사가 합병을 공식 선언했지만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승인을 얻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놓고 있다. 월풀과 메이택이 각각 35%, 15% 가량의 미국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합병회사의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또 세탁기 시장에서는 합병회사의 점유율이 70%로 경쟁회사들의 반독점 시비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인수 승인이 무난할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중국해양석유(CNOOC)의 미국 유노칼 인수 참여에서 여실히 나타났던 것처럼 미국 내에서 자국기업 보호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병회사가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퍼스트 소스 코퍼레이션의 랠프 샤이브 분석가는 “월풀이 인수승인을 받을 확률은 90%”이라며 “중국 기업이 미국 회사를 인수하는 것 보다는 같은 미국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훨씬 보기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풀의 제프 페티그 회장도 이날 성명서에서 “이르면 내년 1ㆍ4분기에 감독당국의 승인을 얻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메이택의 랄프 하케 회장도 “특정 사업분야의 인력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경우에 따라서는 합병 승인에 장애가 되는 사업부를 구조조정 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