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당국 압박에 달러 매물 쏟아져

환율 '1,500원이 고점' 인식 확산<br>■ 환율 235원 출렁…1,300원대로 폭락

원ㆍ달러 환율이 하루 235원이나 출렁거린 끝에 1,300원대로 폭락했다. 그동안 달러를 쥐고 있던 수출업체들이 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맞춰 달러를 매도하면서 폭락세를 주도했다. 시장에서는 1,500선을 고점으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과도한 쏠림현상이 완화돼 환율이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루 변동폭 235원=10일 원ㆍ달러 환율은 롤러코스터 장세의 진수를 보여줬다. 오전 8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오후 한때 154원까지 대폭락하면서 일 중 변동폭이 235원에 달한 것. 이는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7년 12월30일(495원) 이후 10년10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5원50전 오른 1,39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매수세가 폭주하면서 6분 뒤 1,460원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수출업체의 매물이 유입되면서 1,385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주가 급락으로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1,400원선으로 복귀한 채 공방을 벌인 뒤 오후1시36분쯤 대규모 매물이 유입되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손절매 물량과 기업체의 물량이 순식간에 쏟아졌고 1,300선을 지키는 세력과 미는 세력의 치열한 공방 끝에 오후2시27분 1,300선이 붕괴됐다. 이후 낙폭이 확대되면서 오후2시51분에는 무려 1,225원까지 속절없이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그러다 장 막판 낙폭을 급속히 줄이며 1,300선을 회복했다. 조휘봉 하나은행 차장은 “거래량이 많지 않았지만 매수나 매도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면서 급등락이 초래됐다”며 “불안심리 때문에 변동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왜 폭락했나=이날 환율의 폭락은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당국의 개입 ▦정부의 환투기 조사 ▦차익실현을 위한 역외 매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일에 이어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물량 출회가 환율 폭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가 전일 5억달러 안팎의 달러 매도에 이어 이날도 비슷한 수준의 물량을 내놓았고 현대차와 포스코도 1억달러가량의 수출대금을 풀었다고 밝혔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그동안 달러를 보유했던 업체들이 환율이 1,500선을 고점으로 밀리자 매물을 내놓기 시작한 것 같다”며 “시장이 워낙 얇은 상황에서 적은 금액으로도 하락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환투기 조사 방침도 매도세를 위축시켰다. 금융감독원이 다음주부터 은행과 기업ㆍ개인에 대해 외환매매 내역을 조사한다는 방침이 전해지자 해당 주체들이 서둘러 보유 달러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오전 환율이 급등하면서 당국이 강하게 개입했고, 특히 역외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엄청 나온 점도 보유 달러의 손절매를 촉발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1,500선을 고점으로 인식해 수출업체와 역외세력의 매도세가 환율 폭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환율 안정세 찾나=9일 한때 1,485원까지 치솟던 환율이 이틀 연속 급락하며 1,300선에 턱걸이하자 환율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물론 글로벌금융시장에서 쇼크가 재연될 경우 재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중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다는 견해가 높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시장기대가 과도해 환율이 정상 수준을 뛰어넘었지만 이제 조정과정으로 돌아선 것 같다”며 “비이성적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시장에 반영되며 차츰 안정 분위기를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추세적으로 보면 단기적으로 외화유동성 문제가 악화될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 보면 미국에서 대규모 달러가 풀리는 점을 감안할 경우 불안정 해소될 수 있다”며 “환율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서서히 1,000원선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당국의 강한 압박으로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나온 것 같다”며 “10월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경우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연말께 환율은 상당 부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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