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내달 금리인하 카드 어쩌나"…이성태 한은총재 다시 '長考'

정부 압박에 유가·환율 급등<br>이달 금통위서 인하 강력시사 불구 예상밖 유가 폭등에 상황 복잡해져<br>3월 지표·FOMC 향방이 변수될듯

이달 초 금리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했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다시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국제유가가 120달러에 육박하는 등 예기치 못한 ‘강력 변수’에 직면했기 때문. 유가가 사상최고치로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치솟는 물가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갑작스런 환율상승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금리인하 명분이 타이밍상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어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23일 금리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고 한발 나아가 최중경 재정부 차관은 금융통화위원회 월례회의에 참석할 수도 있다는 초강경 의사를 피력한 터라 어떤 식으로도 금리인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경우 정부가 선제 대응에 미온했다며 한국은행에 책임을 지울 것이라는 지적도 고려 대상이다. 당초 예상대로 5월에 금리인하 카드를 뽑을지, 6월로 미룰지 어느 때보다 이 총재의 금리해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시장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5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유력하게 내다봤다. 수개월째 경기진작과 물가안정 사이에서 고뇌했던 이 총재가 지난해 10일4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에 방점을 찍고 금명간의 금리인하를 강력히 시사했기 때문. 시장참가자들은 이 총재가 경기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시장에 시그널을 확실하게 준 이상 굳이 금리인하를 늦출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다음달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유가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폭등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유가가 12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4월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 때만해도 유가가 100달러대를 횡보하면서 4월 물가는 3월 물가(3.9%)를 밑돌 것이 확실시됐다. 당시 한상섭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봄 출하물량이 많아지면서 농수축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지난해 4월 공공요금 인상으로 올해는 동결될 것으로 보이는 등 4월 소비자물가는 3월보다는 확실히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재의 화법상 70~80%는 5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였으나 유가가 120달러까지 올라 매우 곤혹스러운 입장임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금리인상도 충분하지 않은데 유가 120달러 시대에 금리인하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970원대에서 움직였던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 부근까지 급등한 점도 수입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의 걸림돌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5월에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조성돼야 하는데 유가를 비롯해 밀 값 등 원자재 값이 뛰고, 환율도 고공행진중이어서 다음달 금리인하가 버거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5월 금리인하가 물건너갔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유가가 뛰면 물가도 뛰겠지만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등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유가 급등은 물가와 성장 양방향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며 “유가가 급등해도 경기둔화 시그널이 확실하면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그는 3월 경기 및 소비 지표 동향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금리인하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예정된 미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도 관심 변수다. 만일 FOMC에서 금리인하가 마무리 국면이라는 시그널이 나온다면 달러약세가 주춤해지고 이는 원자재 상품으로 몰린 투기자금을 이탈하게 하면서 유가 등 상품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힘입어 유가가 110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면 5월 금리인하 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논리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경기부양 압박 속에서 ‘금리인하 칼’을 칼집에서 반쯤 빼어든 이 총재가 유가 변수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칼을 뽑아들지 아니면 다시 집어넣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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