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일반인들도 영화, 연극, 공연 등 대중문화 산업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유로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 이들 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엔터테인먼트(연예) 펀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국내 자산운용사인 ‘KTB자산운용’이 신청한 400억원 규모의 국내 첫 ‘엔터테인먼트 펀드’의 영업허가를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펀드는 이번 주부터 판매에 들어 가 다음달부터 영화를 비롯해 오페라ㆍ뮤지컬ㆍ연극ㆍ가요 등 투자대상 프로그램 발굴에 본격 착수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증권회사나 은행 등의 창구에서 일반 금융상품을 고르는 방식으로 간단히 투자에 참가할 수 있다. ◇대중 ‘문화펀드’ 시대 활짝 = 이번 ‘연예펀드’의 승인은 부동산 펀드, 인수합병(M&A) 펀드 등에 이어 대중문화 산업에도 본격적인 ‘문화펀드’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인터넷이나 창투사의 투자조합을 통해 영화 등에 소규모로 투자한 경우는 있었으나 문화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는 없었기 때문. 이번 연예펀드의 등장은 그 동안 소규모로 이뤄져 온 사회적 유휴자본의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시켜 이 분야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영화산업이 전성기를 맞고 있고, 국내외에서 기획된 대형 공연물이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2~3개의 연예 전문펀드가 더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KTB엔터테인먼트특별자산투자신탁’은 2년만기 폐쇄형으로 영화 60%, 오페라ㆍ뮤지컬ㆍ연극ㆍ가요 등 공연분야 20%, 음반 10%, 기타 10% 등에 투입된다. 중도환매가 금지돼 있는 대신 환금성을 보장하기 위해 상품 설정 후 90일 이내에 거래소에 상장된다. 현재 검토중인 투자대상 영화 프로그램으로는 쇼이스트사의 행복ㆍ영웅2ㆍ무극과 강제규필름의 징기스칸ㆍ쉬리2ㆍ몽정기2, 싸이더스사의 남극일기 등이다. 또 미스 사이공, 라이온 킹,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의 공연물과 배용준 주연의 한일합작 드라마(제목 미정) 및 SG워너비 2집, MC THE MAX 3집 등의 음반 분야도 시장 상황을 봐가며 투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문화산업 투자제도 정비 가속화 = 이번 ‘연예펀드’의 등장은 문화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에서 큰 걸림돌이 돼 왔던 경제외적 위험을 낮추고 자금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인터넷을 통한 사모펀드나 창투사의 투자조합이 수익배분절차의 불투명성과 투자자 보호장치 미흡 등으로 종종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켜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최근 문화관광부가 추진중인 ‘문화상품완성 보증보험제도’나 ‘네티즌 펀드’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현실화된다면 ‘문화펀드’의 활성화와 함께 우리 문화산업에 남아있는 후진성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문화펀드’ 역시 투자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화산업은 업종에 따라, 해당 작품의 흥행 여부에 따라 수익률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타 산업에 비해 투자 위험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KTB자산운용 역시 지난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5억원을 투자해 약 6억원의 수익을 얻어 평균 120%의 ‘대박’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이번 ‘연예펀드’의 목표수익률은 8%로 낮게 잡고 있다. 전동현 문화서비스팀 차장은 “흥행 실패나 제작사의 부도로 원금회수가 불가능한 프로젝트도 있을 수 있고, 제작 지연에 따라 추가 비용이 소요될 수도 있다”며 “투자기간 및 시장 상황을 고려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판단도 2단계로 엄격히 심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