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경기가 내년부터 상승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그동안 철강경기를 억눌러 왔던 중국의 과잉 공급 등 수급 불균형 문제가 점차 해소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수입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등 아직 과잉 생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철강 수급 불균형 해소된다= 메릴린치는 7일 ‘내년 철강경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06년 시장 상황이 올해보다 훨씬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서 메릴린치는 올해 철강 과잉생산규모가 1,5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지적하고 내년에는 이러한 과잉 공급현상이 개선돼 보다 균형있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업계의 재고 줄이기가 조만간 끝날 것이며 이 경우 철강가격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메릴린치는 내년 2ㆍ4분기부터 수요가 강세를 띠고 이러한 회복세가 2007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철강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중국 철강업체들이 감산에 나서면서 세계 철강업계의 발목을 잡아왔던 과잉생산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실제 중국 철강연합회는 최근 200여개 회원사가 4ㆍ4분기에 5%의 감산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며 필요하다면 감산 조치를 더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고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금속서비스센터연구소(MSCI)가 발표한 전세계 회원사들의 철강 재고량은 7월 1,430만톤에서 8월 1,290만톤으로 10% 이상 줄었고 재고월수도 3.5개월에서 2.8개월로 내려갔다. ◇철강가격 상승세= 재고가 줄면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소비국의 철강 가격이 그 동안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3ㆍ4분기까지 톤당 500달러 안팎이던 열연코일 가격이 4ㆍ4분기에 톤당 600달러로 100달러 가량 상승했다. US스틸의 경우 9월 자동차와 주방 기구에 주로 쓰이는 철판 가격을 15% 인상한 데 이어 11월에도 톤당 535달러로 7%를 올렸다. 올들어 큰 폭으로 떨어졌던 중국 역시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철강연합회에 따르면 11월2일 현재 중국의 철판 가격은 톤당 350~400달러로 15% 이상 뛰었고 철강빔 제품도 톤당 12달러 이상 올랐다. 이외에도 아르셀러 등도 4ㆍ4분기 이후 고급 제품에 대한 가격인상을 발표하는 등 철강값 올리기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중국의 과잉생산이 아직 해소되지 않아 내년 철강 경기를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2003년 2,300만톤에 달했던 중국의 철강 수입량이 내년에 650만톤으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금속컨설팅업체인 CRU의 한 애널리스트는 “공급증가와 수요 감소가 계속되고 있고 그 결과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질 위험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며 “내년 철강가격은 하향세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